2023/01 24

사람의 시간

사람의 시간 洪 海 里 세상에 태어나 사는 일 가로 지나 세로 지나 참나는 찰나일 뿐 어디서 나를 찾을 것인지 청사초롱 불 밝히고 죽을 둥 살 둥 참척해 봐도 참다못해 울음을 터뜨리는데 나이 들어 한 끼 때우듯 그러다 가고 마는 한평생 이런 들 저런 들 누가 뭐란들 그게 뭐라고, "다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나대로 살았다!" 참따랗게 써놓고 떠날 수 있으면, "아, 잘 살았다, 잘살았다!" 하는 것이지 뭐 또 있겠는가!

「역설」캘리그라피 : 채영조, 류연실

* 시수헌에서 채영조, 홍해리, 이동훈 시인. 2023 .01. 07. 역 설 홍 해 리 너 없이는 한 시도 못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다니 찔레꽃 피우지 말아라 내 생각도 하지 말거라 네 하얀 꽃잎 상복 같아서 내 가는 길 눈물 젖는다 한갓된 세상 모든 것 있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어라 아픔도 때로는 얼마나 아름다우냐 발자국 남기지 말고 가거라 먼 길 갈 때는 빈손이 좋다 텅 빈 자리 채우는 게 삶이다 한때는 짧아서 아름다운 법이란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2016,도서출판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