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자기 또는 詩

洪 海 里 2019. 10. 2. 13:37

 

 

 

자기 또는 詩

 

洪 海 里

 

 

흙인 남자 물인 여자 서로를 다 녹이고 사뤄, 드디어

온몸이 클리토리스인 자기가 된다


눈빛만 닿아도 소리치고 손길 닿으면 자지러지는

너는 나의 비어 있는 호수


청자의 비색이나 백자의 순색으로 영원을 얻은

너는 나의 혼을 연주하는 바람의 악기


늘 네게 담겨 있어도 나는 가득 차지 못하는 하늘이어서

빈 마음으로 마른 입술을 네게 묻노니.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