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海 里 2017. 11. 28. 15:20

주눅 들다


洪 海 里



대금이든 하모니카 잘 부는 이 앞에서

내 시는 주눅이 들고 만다

대금 가락이 나를 날려 버리고

하모니카 소리가 시를 날려 버린다

글씨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앞에 가도

내 시는 맥 못 추고 움츠러들고

말 잘하는 친구 앞에 앉으며

내 입은 닫히고 만다

시 잘 쓰는 시인을 만나면

나는 쥐구멍을 찾기 일쑤다

갖은것 없어도 갖추갖추 장만해야지

겁나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움츠러들지 말자 시들지 말자

너를 만나도 그를 만나도

일없다 일없다 하자 하면서도!



*** 퇴고 중인 초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