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海 里 2018. 1. 9. 14:06

꽃다지꽃 · 3


洪 海 里




칠흑 어둠을 뚫고

맨발로 달려온 석 달 열흘


첫 불 밝히는 날

앙증스런 네게 눈 맞추고

귀를 기울이니


실팍진 네 작은 몸뚱어리

오소소 일어나는 소복한 잔털


옹알옹알하더니, 금세

까르르까르르 금빛 웃음소리


내 눈빛이 짙어지고

귀 또한 깊어지는데


어찌 사람들은 그리 무심한지

밉다 곱다 한마디 없고

눈길 한번 안 던지니


내 마음에 네가 자꾸 밟혀서

꽃이 져도 네게 가는 길 끝이 없네.


-《한국시학》(2018봄호. 제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