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海 里 2019. 3. 14. 04:57

마음속의 작은


洪 海 里



나이 들면

가까운 것이 더금더금 멀어져

너와 나 사이

안개가 녀릿녀릿 내린다

우리는 어둠 속으로 서서히 침잠하고

눈물겹게 눈맞추던 것들

하나 하나 애운하니 배웅하고 나면

눈눈이 침침해도

끙끙, 숨차! 할 것 없다

모두가 스스로 사라지는 것

때로는 풀어지고 싶은 우련한 나이

눈결에 보이던 것들 다 사라지고

광막한 우주도 마음속의 작은 섬

이제 적막은 입술보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눈이 가는 곳마다

방난 너와 나는 혼자일 터

눈맛 좋은 꽃들을 보기 위하여

이제 떠날 채비를 서두를 시간

눈물나라 눈물나라

입맞춤이 꿀이 아닐 때도 있나니

아슴푸레 제사날로 날아가는 세월이여

보이는 것 아무것도 없으니

너에게나 나 기댈 밖에야!


(2003.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