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시인의 부인께서는 오랫동안 치매로 투병 중이다.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써내려간 시만 421편, 어쩌면 천 편 가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시편은 치매행 4권째 수록된 작품으로 「아내를 팔다- 치매행 · 400」도 같이 포함돼 있다. 아마도 어느 얼 나간 사람이 아내를 팔아서 시를 쓴다고 뒷말로 수군거린 모양인데,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지껄인 뭇사람 탓에 마음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잠포록하다'를 사전적으로 찾아보면 날이 흐리고 바람기가 없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숲이며 물결이며 모두 잠잠하고, 날이 흐릿하여 조금은 무겁지만 포근한 느낌이 드는 날씨를 말한다. 유동적이지 않고 정지된 아내의 상태, 미동도 없이 잠든 아내를 바라보면서 시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움직이지 않은 모든 사물은 살아 있어도 죽음으로 취급된다. 바위가 그렇고 움직이지 않는 사물이 그렇다.
치매를 망령들었다고 표현했던 옛시절, 복잡 다변화된 현대에 이르러 이 병은 사회적 문젯거리로 대두됐다. 앞으로 갈수록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