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이 겨울엔 / 한경 The Pen, 2022.01.18.
洪 海 里
2022. 9. 5. 18:42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이 겨울엔 / 홍해리
강성위 필진기자
입력2022.01.18.

이 겨울엔
홍 해 리
이 겨울엔 무작정 집을 나서자
흰 눈이 천지 가득 내려 쌓이고
수정 맑은 물소리도 들려오는데
먼 저녁 등불이 가슴마다 켜지면
맞아주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
이 겨울엔 무작정 길 위에 서자.
[태헌의 한역]
此冬(차동)
此冬不問出宇庭(차동불문출우정)
白雪飛下滿地積(백설비하만지적)
淸如水晶水聲聽(청여수정수성청)
遠處夕燈心心亮(원처석등심심량)
世上何人不迎君(세상하인불영군)
此冬不問立途上(차동불문립도상)
[주석]
* 此冬(차동) : 이 겨울, 이 겨울에.
不問(불문) : 묻지 말고, 무작정. / 出宇庭(출우정) : 집을 나서다. ‘宇庭’은 집과 뜰이라는 뜻인데 ‘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白雪(백설) : 흰 눈. / 飛下(비하) : 날아 내리다. / 滿地積(만지적) : 땅에 가득 쌓이다.
淸如水晶(청여수정) : 맑기가 수정과 같다. 원시의 “수정 맑은”을 역자는 ‘수정처럼 맑은’으로 이해하였다. / 水聲聽(수성청) : 물소리가 들리다, 물소리 들려오다.
遠處(원처) : 먼 곳, 먼 곳에서. / 夕燈(석등) : 저녁 등불. / 心心亮(심심량) : 마음마다 밝아지다, 가슴마다 켜지다. ‘亮’은 보통 밝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등불 따위가 켜진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世上(세상) : 세상. / 何人不迎君(하인불영군) : 어떤 사람이 그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 이 구절은 원시의 “맞아주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를 살짝 의역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立(입) : 서다, ~에 서다. / 途上(도상) : 길 위.
[한역의 직역]
이 겨울엔
이 겨울엔 무작정 집을 나서자
흰 눈 날아 내려 땅에 가득 쌓이고
맑기가 수정 같은 물소리 들려오리니
먼 데서 저녁 등불이 가슴마다 켜지면
세상 누군들 그대 맞아주지 않으랴
이 겨울엔 무작정 길 위에 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