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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역 8번 출구

수유역 8번 출구 洪 海 里 바람 부는 날나 역에 나가 그대를 맞으리라. 수유역 8번 출구그대를 처음 만난 곳. 사람들이 물밀듯 몰려 나오는데그대는 보이지 않네. 한 계절이 그렇게 흐르고한 해가 저물고 있는데, 눈도 내리지 않고바람만 부는 한낮. 나 그곳에 나가무작정 기다리네. 바람은 그날처럼 불어오는데그대는 오지를 않네. 바로 그때,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한 걸음 뒤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 계간《리토피아》2018. 가을호(통권 71호).

방가지똥

방가지똥 洪 海 里 나는 똥이 아니올시다나는 강아지똥이 아니올시다애기똥애기똥 피어나는노란 애기똥풀도 아니올시다겅중겅중 방아 찧는방아깨비똥도 아니올시다. 詩가 맛이 다 같다고시가 맛이 다 갔다고조·용·조·용 소리치는, 나는향기로운 방가지똥방가지방가지 피고 지는방가지똥이올시다. 홍해리 시인은「고독한 하이에나」에서 새벽잠을 잊고 백지 평원을 헤매 다니면서 시를 추수하는 이를 자처한다. 백지선 해리호를 타고 시의 바다로 거친 물결을 밀고 나아갔다가 빈 배로 귀항하기 일쑤인 것이 그의「시작 연습」이다. 잘 죽기 위해서라도 쓰고 또 써서 마침내 “한 편 속의 한평생”을 이루는 게 시인이 꿈꾸는「명창정궤」의 시론이다. 방가지똥도 그렇게 해서 결실한 한 편일 것이다. 방가지똥의 방가지는 방아깨비의 사투리로 알려..

물은 물리지 않는다

물은 물리지 않는다 洪 海 里 물은 왜 물리지 않는가 이빨로 깨물어도 어찌 물리지 않는가빛도 없고 내도 없고 맛도 몸도 없는 물아무리 마셔도 물리는 법이 없고질리지 않는 것이 물이다 물은 사이가 없다물과 물 사이에 무엇이 있어 사이를 지우는가몸에 샘이 솟아 내가 되어 강에 이르고마침내 바다에 닿아야 하나가 된다 우주를 움직이는 것은 물의 힘이다생명은 물로 비롯되어 물로써 바로 선다꽃 본 나비이듯물 본 기러기 어찌 그냥 지나겠는가 무릇 맛의 세계를 다스리는 것은 물의 덕이다맛이 없다는 물맛이 제일이다그러니 물에 물 타는 짓은 하지 말 일이다물은 제 맛을 버리지 않는다 너에게 스며드는 내 사랑이 그렇다. * 물맛으로 몸을 읽는다. 물맛을 느끼면 몸이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한다는 말이다.잠에서 깨어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