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377

시집 함부로 주지 마라

시집 함부로 주지 마라 洪 海 里  1969년애 나온 내 첫 시집 『투망도投網圖』정가 320원이었다요즘 보니 경매에 나온 그 책경매가가 30만 원이다 책을 소개한 글을 보면 '증정본'이라고 돼 있는데내가 시집을 드린 분이 바로 은사 김 시인 교수님그 사이 50년 넘게 이리저리 굴러다니다이제 경매 사이트에까지 올라오게 되었나 보다 80년대 초 어느 해새 시집이 나와 동료교사에게 증정을 했더니학기말에 자리가 바뀌어 짐을 옮겨야 하는데내 시집이 휴지통에 처박혀 있었다 창피해서 몰래 꺼내 보니, 바로고릴라란 별명의 수학선생 고高가 그년이었다돼지에게 던져 줄 걸참 내가 눈이 삐었구나 했지. - 월간 《우리詩》 2024. 7월호.

어버이날

어버이날 洪 海 里  줄줄이 늘어지게 매달린 아들 넷딸 넷여덟 자식들. 생전에아버지 어머니 얼마나 무거우셨을까등나무 꽃을 달면 눈물이 난다.- 시집『독종』(2012, 북인)                                                                    思母曲               서리에 스러진 갈대꽃을 보노라니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사립문에 기대 선 백발 어머니를 더 이상 뵈올 수 없게 되다니작년 오월 장맛비가 한창이던 때였지가사(袈裟)를 전당 잡히고 쌀팔아 집에 돌아왔었는데.  霜殞蘆花淚濕衣, 白頭無復倚柴扉. 去年五月黃梅雨, 曾典袈裟糴米歸.―‘어머니를 그리며(사모·思母)’ 여공(與恭·송대 말엽)  서리 맞아 황량한 갈대숲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여읜 한 승려가 눈..

막걸리 詩 9篇

마시는 밥- 막걸리 홍 해 리 막걸리는 밥이다논두렁 밭두렁에 앉아하늘 보며 마시던 밥이다물밥!사랑으로 마시고눈물로 안주하는한숨으로 마시고절망으로 입을 닦던막걸리는 밥이다마시는 밥!- 『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막걸리 洪 海 里  텁텁한 탁배기 가득 따라서한 동이 벌컥벌컥 들이켜면뜬계집도 정이 들어 보쟁이는데한오백년 가락으로 북이 우누나가슴에 불이 붙어 온몸이 달아모닥불로 타오르는 숯검정 사랑꽹과리 장고 지잉지잉 징소리한풀이 살풀이로 비잉빙 돌아서상모도 열두 발로 어지러워라탁배기 동이 위에 동동動動 하늘.- 『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막걸리 洪 海 里  할아버지 그을린 주름살 사이사이시원스레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쑤욱쑥 솟아올라 몸 비비는 벼 포기들떼개구리 놀고 있는 무논에 서서잇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