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푸르게 난다 / 금강
새는 푸르게 난다 洪 海 里 어느 순간 '사이'가 '새'가 되었다새가 뜨면 사이는 멀어지고 만다 그새 검던 머리털이 허예졌다빳빳하던 힘이 빠져 가늘어졌다 모르는 새 소리 없이 빠져나갔다어느새 머리가 훤하니 시원하다 그예 우리 사이도 뜨고 말았다찰나란 시간은 칼날처럼 푸르다. ― 시집 『찰나는 칼날처럼 푸르다』, 놀북, 2026 눈 깜짝할 사이, 아니 그 생각조차 미처 할 수 없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무언가는 사라진다. 시간을 베는 것인지, 시간에 베임을 당하는 것인지. ‘사이’에서 ‘새’를 건져 올리는 시인의 말놀이는 그 짧은 말의 틈으로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멀어지는 관계를 함께 드러낸다. 어느 날 문득, 이미 지나가 버린 찰나의 흔적을 들여다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