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를 읽고
장 동 빈(시인)
존경하는 홍해리 삼춘께서 시집을 출간하셨습니다.
시집의 표제시「내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는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이 시에서 삶은 버텨야 할 의무가 아니라, 아직 떠나지 말아야 할 자리로 조심스럽게 제시됩니다. 죽음을 언급하면서도 끝내 삶의 편에 서는 시인의 태도는 이후의 시들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집니다.
「독거」의 고요한 고립,「불면증」의 뒤척이는 밤,「나이 팔십」에서 드러나는 수용의 자세, 그리고「겨울 나무」의 묵묵한 서 있음은 모두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어떻게 견디고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물음입니다.
이 시집의 시들은 서둘러 위로하지 않으며, 감정을 과장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독자가 자신의 속도로 숨 쉬고, 삶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곁을 내어줍니다. 그래서 이 시집은 상처를 감싸 안기보다, 상처 옆에 조용히 앉아 함께 밤을 건너는 다정한 동행처럼 느껴집니다.
-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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