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59

첫눈

첫눈 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 그 소리가락 따라 앞뒷산이 무너지고 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 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 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 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 그 설레는 꽃이파리들이 모여 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 울음소리도 다 잠든 제일 곱고 고운 꽃밭 한가운데 텅 비어 있는 자리의 사내들아 가슴속 헐고 병든 마음 다 버리고 눈뜨고 눈먼 자들아 눈썹 위에 풀풀풀 내리는 꽃비 속에 젖빛 하늘 한 자락을 차게 안아라 빈 가슴을 스쳐 지나는 맑은 바람결 살아생전의 모든 죄란 죄 다 모두어 날려 보내고 머릿결 곱게 날리면서 처음으로 노래라도 한 자락 불러라 사랑이여 사랑이여 홀로 혼자서 빛나는 너 온 세상을 무너뜨려서 거대한 빛 그 무지無地한 손으로 언뜻 우리를 하늘 위..

시집 『花史記』 발문 / 양채영

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문학사)  梁 彩 英 (시인)  내가 洪兄을 알게 된 것은 한 십년 되지 않나 한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랫동안 우의를 지켜온 일이 서로 고마울 뿐이다.  내게 이 어려운 글을 맡겼을 땐 아무래도 내 필력으론 엄두가 나지 않았다.어찌 생각하면 그가 좋아하는 술 한잔을 하며 나누는 부담없는 얘기 정도로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이어서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결국은 쓸데없는 사족임이 분명한 이 발문이 그에게 누나 끼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늘 그를 만나면 그의 시단 데뷔에서 남다른 수난을 겪어야 했던 서러운이야기를 생각하곤 가슴 아픔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시에 대해 가지는 집념이나 오기는 악착같은 것이 있다.  그는 제1시집 『投網圖』 이후 많은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