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59

첫눈

첫눈 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 그 소리가락 따라 앞뒷산이 무너지고 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 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 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 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 그 설레는 꽃이파리들이 모여 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 울음소리도 다 잠든 제일 곱고 고운 꽃밭 한가운데 텅 비어 있는 자리의 사내들아 가슴속 헐고 병든 마음 다 버리고 눈뜨고 눈먼 자들아 눈썹 위에 풀풀풀 내리는 꽃비 속에 젖빛 하늘 한 자락을 차게 안아라 빈 가슴을 스쳐 지나는 맑은 바람결 살아생전의 모든 죄란 죄 다 모두어 날려 보내고 머릿결 곱게 날리면서 처음으로 노래라도 한 자락 불러라 사랑이여 사랑이여 홀로 혼자서 빛나는 너 온 세상을 무너뜨려서 거대한 빛 그 무지無地한 손으로 언뜻 우리를 하늘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