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122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 그림 : 異山 전선용 시인.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시詩의 나라 우이도원牛耳桃源 찔레꽃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 해종일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바람과 물소리 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한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행行과 행行 사이 눈 시린 푸른 매화, 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 솔밭 옆 마을 꽃술이 술꽃으로 피는 난정蘭丁의 누옥이 있는 말씀으로 서는 마을 그곳이 홍해리洪海里인가. - 시집 『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층꽃풀탑

층꽃풀탑 洪 海 里 탑을 쌓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나무도 간절하면 몸을 흔들어 한 층 한 층 탑사塔寺를 짓는다. 층꽃나무를 보라, 온몸으로 꽃을 피워 올리는 저 눈물겨운 전신공양. 해마다 쌓고 또 허물면서 제자리에서 천년이 간다. 나비가 날아와 몸으로 한 층 쌓고 벌이 와서 또 한 층 얹는다. 스님은 어디 가셨는지 달빛 선정禪定에 든 적멸의 탑, 말씀도 없고 문자도 없는 무자천서無字天書 경전 한 채.

가을 들녘에 서서

* 부산시청 26층 건물중 12~13층 동쪽외벽에 내건 27m x 8m(65평) 크기의 '문화글판' 2012년 9월 15일부터 12월 14일까지 3개월간 게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마음을 버리면 스스로 빛이 납니다 옛날 어떤 올곧은 분이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다 하여 귀를 씻고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 오지요. 사실 시끄러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눈 감고 귀 막고 사는 것도 한 좋은 방법이라고 할 겁니다. 그렇지만 산다는 게 어디 그리 뜻대로만 되는가요. 눈 감아..

시인이여 詩人이여 - 시환詩丸

시인이여 詩人이여- 詩丸 洪 海 里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 무엇 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볼 일 산 속에 숨어 사는 곧은 선비야 때 되면 산천초목 시를 토하듯 금결 같은 은결 같은 옥 같은 시를 붓 꺾어 가슴속에 새겨 두어라. 시 쓰는 일 부질없어 귀를 씻으면 바람소리 저 계곡에 시 읊는 소리 물소리 저 하늘에 시 읊는 소리 티없이 살라는데 시 써서 무엇 하리 이 가을엔 다 버리고 바람 따르자 이 저녁엔 물결 위에 마음 띄우자. -『난초밭 일궈 놓고』(1994) * 이 시는 홍해리 시인이 1994년 펴낸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가운데「시인이여 詩人이여 -詩丸」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침몰되어가고 사회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오늘날 피폐한 현대인들의 정신과 심성을 정화하면서 치유할 수..

<表辭> 시인의 말

■ 시인의 말 ■ 첫 시집『투망도投網圖』를 낸 것이 1969년이었다. 그 후 50년이란 세월이 물같이 흘러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간 허섭스레기만 끼적대며 한 권씩 묶은 것이 20권을 넘어섰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수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양에 차지 않아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이번 시선집에는 최근 들어 낸 세 권의 시집『치매행致梅行』,『매화에 이르는 길』과『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의 작품은 넣지 않았다. 입때껏 세상은 자유롭지도, 공평하지도 않았다. 내 詩의 공화국도 역시 그렇다. 그런 가운데 109편을 골랐다. 내 시의 백구百口들이 넓고 넓은 바다에서 푸른 하늘을 보며 백구白鷗의 향연을 즐기길 바라며 시선집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를 엮는다. 2019년 봄날 洪海里. * 소순희 화백 그림 *..

망망茫茫 - 나의 詩

망망茫茫 - 나의 詩 洪 海 里 널 관통하는 총알이 아니라 네 가슴 한복판에 꽂혀 한평생 푸르르르 떠는 금빛 화살이고 싶다 나의 詩는. - 시집『독종』(2012, 북인) '망망茫茫'이란 넓고 멀어 아득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바로 茫茫大海라 하지 않던가 요즘 시에 대한 내 마음과 생각이 그렇다 아득히 넓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는 듯하다 차라리 忙忙했으면 좋으련만~~~ 지난해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는 것은 나를 망망대해에서 시의 가슴 한복판으로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의 詩'란 부제를 새로 붙였다 금빛 화살로 망망의 한복판을 꿰뚫고 싶다 2011. 01. 07. - 隱山. ======================= * 詩란 무엇인가? 시는 대상/사물에 대한 사랑이다. 시는 자연/우주의 비밀을 찾아..

산책

* 산책 · 2 산책 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 시집『독종』(2012, 북인) * 할 수 있으면 가볍게 발을 떼려고 한다 . 둔한 몸이지만 마음을 가뿐히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산책이 산 책이 되려면 무엇을 찾고자 하는 의무감을 먼저 벗어야 한다. 자리를 떠나고 새로운 경치가 눈에 드는 것도 좋은데, 한 발 한 발 짐 하나 덜어내는 홀가분한 걸음이 더 좋다. 그리하여 내 산책은 주로 저녁 걸음이다.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아침 발걸음이 설레기도 하겠지만, 종일 묻은 때 씻어..

洪海里 자술 연보

洪海里 자술 연보 * 1942년 8월 18일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472번지에서 아버지 남양 洪씨 性元과 어머니 경주 金씨 洪粉 사이에 4남 4녀 중 맏이로 태어남. 단, 실제로는 양력 1941년 10월 8일생임. 남양 洪씨 익산군파 36세손으로 본명은 峯義임. 필명인 海里는 바다가 없는 내륙에서 태어나 넓은 바닷가의 정겨운 마을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1960년부터 사용해 오고 있음. 아버지는 고혈압으로 고생하시다 1978년 57세로 별세, 어머니는 2001년 82세에 돌아가심. 8남매는 현재 서울, 인천과 수원 및 청주에서 살고 있음. *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후 청주시 모충동 405번지로 옮겨 중고교를 다님.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김소월의 시집『진달래꽃』을 만남 . * 1960년대 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