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24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 금강

아득하다 - 치매행致梅行 · 413 洪 海 里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수 있다면 그러나 그것은 세상이 아닐지니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고 들리는 것도 듣지 못 하는 게 우리 사는 지금 여기 세상일지니 다 보고 다 듣는다면 그립고 아련한 것 없지 않으랴 아련하다는 것 그건 멀어서 별이다 아득하다, 사랑! * 감상 그런 날이 올지도 몰라. 멀리 있어도 보이고 들리는 그런 날 있을지 몰라. 아무 데서나 보이고 들리는 사이로 사는 날에는 내가 아니고 당신도 아닐 텐데, 그때 우리는 누구일까. 영 이별인 그날 우리는 이별인 줄도 모르고 이 세상 아닌 줄도 모르겠지. 당신을 다 보지 못하고 당신을 다 듣지 못하는 게 이 세상이라면 이대로 좋아. 당신 표정 애써 읽다가 당신 마음 한..

<감상> 시작 연습詩作鍊習 / 금강

시작 연습詩作鍊習 洪 海 里 엊저녁 난바다로 무작정 출항한 나의 백지선白紙船 해리호海里號 거친 물결을 밀고 나아갔다 오늘 꼭두새벽 빈배로 귀항했다 물고기 한 마리 구경도 못한 채 험난한 바다에서 흔들리다 파도와 달빛만 가득 싣고 축 처진 백기를 들고 투항하듯 쓸쓸한 귀항 나의 배는 허공 만선이었다. * 언제부터였을까. 허공만 채우고 돌아오던 것이. 만선의 꿈으로 살면서 빈배가 되기 일쑤인 것이 "무작정 출항" 때문일까. 물때를 탓할 것도 아니요 성긴 그물코를 의심할 것도 아니다. 일종의 버릇이다. 어두워지면 슬금슬금 나오는 물고기들의 유혹을 따라 난바다를 헤매는 이. 그러고 보니 새벽녘에 잠깐 뭔가 스친 것 같다. 연필로 노를 젓는 백지에 몇 마리 팔딱거리다가 지워진 소리, 주워 담을 수 없이 순식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