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치는 시인 / 이동훈(시인)
양 치는 시인 이 동 훈 서울의 시수헌詩壽軒은시를 오래 쓰겠다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곳인데머물렀다 떠나는 사람 중에홍해리 시인과 박흥순 화가는 살림을 낸 것도 아니면서수십 년 동거하다시피 지내고 있다.어느 해 우연찮게 그 집에 들렀다가박흥순 화가의 그림 한 점을 오래 보았다.신작로 미루나무는 미루나무끼리 어깨를 잇고양 떼는 저희들끼리 어깨맞춤하고양치기는 양 한 마리라도 길 밖에 날까 봐장대 잡고 뒤에서 따르는데다들 저녁밥 짓는 마을로 걸음이 바삐 움직인다.이웃 나라 천진에서 만났다는 양 떼 그림을 두고이웃 동네 삼수에서 양치기로 지냈다는백석 시인을 생각한 것은 이즈음의 일이다.문단에 한 개의 포탄처럼 내린 백석이정주, 서울, 도쿄, 통영, 함흥, 만주, 평양 다니며종당엔 그 험하다는 삼수에 갇혀 양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