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청별淸別』(1989) 90

<후기> 영혼의 울림을 위하여

영혼의 울림을 위하여/洪海里 ---시집 『淸別』의 서문 홍해리(洪海里) 영혼의 울림을 위하여 집을 떠나 배를 타고 망망한 바다 그리운 섬으로 떠돌 때면 나의 시는 확성기를 통해 해면에 깔리는 유행가 한 가락만도 못하다. 그림 앞에서나 우리의 춤사위를 볼 때도 나의 시는 맥을 못 춘다. 하물며 자연 앞에서야 그냥 무력해지고 막막할 뿐이다. 한 편의 시는 내 영혼의 기록, 그 살로 빚은 한 잔의 독주여야 하고, 달빛을 교교히 엮어 현현묘묘 울리는 피리 소리 --- 바로 그것이어야 한다. 나의 시는 인수봉의 단단한 바위벽에 뿌릴 박고 천년을 사는 작은 소나무를 싸고 도는 바람소리, 어느 해 남해의 갑도 절벽 위에서 보았던 정월 초여드렛날의 맑고 푸르른 바닷빛, 초저녁부터 새벽녘까지 우이동 골짜기를 흔들며 피를..

<시> 우이동 일지 18 - 파밭을 지나며

파 ·밭 ·을 ·지 ·나 ·며 - 우이동 일지 · 18 洪 海 里 멀리서 보니 그냥 초록빛 섬이더니 나라 안 환장한 사내들이 다 모였다 하늘 향해 발랑 드러누워 힘자랑을 하고 있다 오직 꿋꿋한 헐떡거림이 속수무책이다 "그만, 그만, 죽어요! 오오, 하늘님!" 사내들은 일제히 열병을 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대가리를 세우고 총을 쏘아댄다 독약을 마신 사내들의 꽃불놀이 방약무인 천하장사들 초록빛 사태났다! - 시집『청별淸別』(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