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2021) 121

사서가 추천하는 책 :『마음이 지워지다』

[사서가 추천하는 책] 『마음이 지워지다』 디멘시아도서관 이예은 사서 승인 2021.09.24 10:54 『마음이 지워지다』 - 홍해리 시선집 저자: 홍해리 출판사: 놀북 정가: 13,000원 ■ 목차 『치매행致梅行』 입춘 추위 13 다저녁때 14 어린아이 16 어느 날 문뜩 17 낯선 길 위에서 18 안개 19 병원길 20 꿈길에 서서 21 짝 22 손톱 깎기 23 흔적 24 노래 25 약속 27 가을 하늘 28 문답연습 29 나도 가면 안 돼? 30 빈집 31 행복 32 집착 33 맹꽁이타령 34 마취 35 봄날은 간다 36 필화 38 팔베개 39 꽃비 40 꽃은 왜 지는가 41 탓 42 아내는 부자 43 아침 풍경 44 그믐달 45 집사람 48 아내새 49 옷 50 막막봄날 51 자리 52 절벽 5..

수의에는 왜 주머니가 없는가

수의에는 왜 주머니가 없는가 - 치매행致梅行 · 360 洪 海 里 뼈는 바위가 되어 산으로 솟고 살은 흙으로 돌아가 논밭이 되리라 피는 물이 되어서 강과 바다를 이루고 숨은 바람이 되어 푸나무들 숨통 틔우고 넋은 비잠주복의 생명이 되어 뛰어놀리라 주머니는커녕 수의인들 무슨 필요가 있으랴! * 감상 떠나는 날에는 돌아보지 않기로 내 뼈 한 조각에 내 살 한 점에 내 숨 한 모금에는 사랑한 기억만 남기노라 떠나는 날에는 붙잡지 않기로 하늘에 나는 새와 헤엄치는 물고기와 광야를 달리는 짐승과 은밀하게 기어다니는 벌레들에게 내 시를 돌려주노라 누군가 불을 켜는 저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고 붙잡을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어디선가 내 시를 읽는 이 당신이 남긴 시를 읽는 이 또 시인의 집을 짓고 살고 - 금강하..

치매

치매 - 치매행致梅行 · 391 洪 海 里 이별은 연습을 해도 여전히 아프다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내는 치매 계단을 껑충껑충 건너뛰었다 "네가 치매를 알아?" "네 아내가, 네 남편이, 네 어머니가, 네 아버지가 너를 몰라본다면!" 의지가지없는 낙엽처럼 조붓한 방에 홀로 누워만 있는 아내 문을 박차고 막무가내 나가려들 때는 얼마나 막막했던가 울어서 될 일 하나 없는데 왜 날마다 속울음을 울어야 하나 연습을 하는 이별도 여전히 아프다. * 감상 날린 생각 한 줌만큼 몸은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몸이 중심을 잃고 허둥대면 누군가 달래 앉힌다. 그중에도 수많은 생각이 날아가고 그가 짓는 웃음의 기억도 희미해진다. 점점 고요 … 고요해지면 속울음도 감출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이별하는 것 … 그 생각만으로 슬퍼진..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 치매행致梅行 · 421 洪 海 里 이 · 별 · 은 연 · 습 · 도 아 · 프 · 다 · !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별’. 비통한 얼굴의 남자가 한쪽 가슴을 움켜쥐고 있다. 심장은 우리 내부 신체기관 중 유일하게 움직임이 느껴지는 곳이어서 감정의 원천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 글항아리사이언스 (동아일보 2019. 12. 07.)

이별

이별 - 치매행致梅行 · 387 洪 海 里 이 별에서 저 별까지의 거리가 이별이다 별리라는 마을을 향해 가는 길 가깝고 멀다. 찔레꽃 아래 또아리 튼 독사의 혀는 쉴 새가 없다 그녀의 창백한 뺨은 부끄러워 떨고 그림자도 남기지 않았다. 나비 한 마리 날지 않는 하오 서녘으로 기우는 어깨 솜사탕은 아지랑이처럼 날아가고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다. 이 ★은 비참하고 참담하다 저 ☆은 멀어서 아름답다 독의 술도 바닥이 나고 남은 노래는 목이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