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1305

성산포 파도의 말

성산포 파도의 말  洪 海 里 흐름, 끝없는 흐름이 되어쉬임없이 출렁이며 너에게 가고 싶다상형문자로 솟아 있는 섬으로울음을 태워 끊임없이 삼키면서속으로 꿈틀대는 그리움 안고파도가 되어 너에게 가고 싶다네 속으로 헐떡이며 스며들어찬란한 고립이 되고 싶다쓰리고 아린 상처투성이금파은파로 천파만파 일구어반란하듯 너에게 가고 싶다너에게 부딪쳐하얗게 깨어지고 싶다눈부시게 부서지고 싶다.                            * 김혜련 님의 글씨. 2025.03.22.

꽃洪 海里 좋아한다 눈짓 한번 준 적 없는데나 혼자 반해서 난리를 치다니 사랑한다 한마디 말도 없는데나 혼자만 미쳐서 안달하다니 가까이서 보라고?멀리서 바라보라고?적당한 거리를 두라고? 한겨울 밤이 깊어 막막해지면이제 별꽃이나 따자, 이별꽃마음 없는 말이라도 한마디 할까, 아니네! * 세상천지 꽃들은 죽음보다 무서운 무관심인데  꽃에 빠져 한평생 흘러갔구나!                                                             * 글 : 홍해리 / 그림 : 박흥순

춤洪 海 里  나비의 꿈을 엮다나비가 되는 일노래를 엮다노래가 되고학을 흉내내다 학이 되는 일사위 속에 멈추고정지 중에 이어지는찰나와 영원솟구치고 가라앉는흐름과 멎음물소리 그러하고바람소리 그러하고불길이 모여빛으로 흘러가는지상의 이 순간영원을 타고 앉아손끝에 피워 내는꽃 한송이빙그르르도는우주.                                                              - 洪海里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 김정순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 2025.01.28. 철원평야.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에서* https://jeomgui.tistory.com 에서 옮김. [시를 읽는 아침] • 홍해리 - 중도일보 2007.09.18.버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요?말이야 쉽게쉽게 건네지만 정작 버려야 할 때는 이것저것 걸리지 않는 게 없고,모두 알토란같은 소중한 것이 되는 것이지요.남들에게 비웠다고 존경 받고 싶은 것은 눈먼 내 생각일 뿐이지요.아무리 정장을 해도 풍찬노숙의 방랑자만도 못한 것은모두 버리지 못하고 몇 가닥이라도 붙잡고 있는 욕심 때문이지요.그..

목백일홍

목백일홍洪 海 里  어디선가배롱배롱 웃는 소리가 들렸다해질녘 저 여자홀딱 벗은 아랫도리 거기를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깔깔깔서편 하늘로빨갛게 오르는 불을 끄려제 발 저린 바람은 손가락 볼우물을 파고제 마음 뜸 들일 새도 없이추파를 흘리는 여자자리자리 꺄륵꺄륵 거리며포롱포롱 날아오르는저 여자 엉덩이 아래에 깔리는 그늘도 빨개몸이 뜨거워져 설레는 것은내가 아닌가 몰라.- 꽃시집 『금강초롱』(2013, 도서출판 움)

지하철 시편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산책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살아 있는 책이다발이 읽고눈으로 듣고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느릿느릿,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한 발 한 발.   - 시집『독종』(2012, 북인) 산책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줄 줄만 아는 산 책..

새가 운다

* 때까치 : 홍철희 작가 촬영. 2024.12.12. 새가 운다  洪 海 里비둘기는나라를 구하라!"구국求國, 구국!" 울어 대고.법으로 다스려라!"법국法國, 법국!" 울어 쌓는뻐꾸기.나라를 일으켜 세워라!"부흥復興, 부흥!" 울음 우는부엉이.까마귀는정신 좀 차려라!"각각覺覺, 각각!" 울부짖는데,새대가리라 욕하지 마라,새만도 못한 인간들,정치꾼들아! * 약력 : 충북 청주 출생.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 (시집)『황금감옥』『독종毒種』『금강초롱』『치매행致梅行』『매화에 이르는 길』 외 다수와 시선집 『洪海里 詩選』『비타민 詩』『시인이여 詩人이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가 있음. 도서출판 움 대표, 월간《우리詩》 발행인.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월간 《牛耳詩》는 2007년 1월호부터 《우리詩》로 개제하여 2024년 12월 현재 438호에 이름.)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월간 《牛耳詩》는 2007년 1월 우이시회가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로 바뀌면서 시지의 명칭도 《우리詩》로 변경했음.

가을의 무게

가을의 무게 洪 海 里  툭,투욱,투둑,떨어지는 저 생명들영원으로 가는 길의 발자국 소리이 가을엔 죽음 같은 것 생각지 말자훤한 대낮에도 별이 보이고바람결마다 무늬 짓는데모든 목숨들이잠깐,아주 잠깐,투명한 소리로 울다일순,서쪽 하늘에 하얗게 묻히고 있다기인 적멸의 계절이 오리라내던져진 빈 그물처럼침묵에 귀를 기울이라영원으로 가는 길은깊고조용하다맑은 영혼으로 닦이고 닦인깊고 조용한 목숨,무겁고 가볍다.- 시집 『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