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1304

목백일홍

목백일홍洪 海 里  어디선가배롱배롱 웃는 소리가 들렸다해질녘 저 여자홀딱 벗은 아랫도리 거기를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깔깔깔서편 하늘로빨갛게 오르는 불을 끄려제 발 저린 바람은 손가락 볼우물을 파고제 마음 뜸 들일 새도 없이추파를 흘리는 여자자리자리 꺄륵꺄륵 거리며포롱포롱 날아오르는저 여자 엉덩이 아래에 깔리는 그늘도 빨개몸이 뜨거워져 설레는 것은내가 아닌가 몰라.- 꽃시집 『금강초롱』(2013, 도서출판 움)

지하철 시편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산책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살아 있는 책이다발이 읽고눈으로 듣고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느릿느릿,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한 발 한 발.   - 시집『독종』(2012, 북인) 산책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줄 줄만 아는 산 책..

새가 운다

* 때까치 : 홍철희 작가 촬영. 2024.12.12. 새가 운다  洪 海 里비둘기는나라를 구하라!"구국求國, 구국!" 울어 대고.법으로 다스려라!"법국法國, 법국!" 울어 쌓는뻐꾸기.나라를 일으켜 세워라!"부흥復興, 부흥!" 울음 우는부엉이.까마귀는정신 좀 차려라!"각각覺覺, 각각!" 울부짖는데,새대가리라 욕하지 마라,새만도 못한 인간들,정치꾼들아! * 약력 : 충북 청주 출생.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 (시집)『황금감옥』『독종毒種』『금강초롱』『치매행致梅行』『매화에 이르는 길』 외 다수와 시선집 『洪海里 詩選』『비타민 詩』『시인이여 詩人이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가 있음. 도서출판 움 대표, 월간《우리詩》 발행인.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월간 《牛耳詩》는 2007년 1월호부터 《우리詩》로 개제하여 2024년 12월 현재 438호에 이름.)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월간 《牛耳詩》는 2007년 1월 우이시회가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로 바뀌면서 시지의 명칭도 《우리詩》로 변경했음.

가을의 무게

가을의 무게 洪 海 里  툭,투욱,투둑,떨어지는 저 생명들영원으로 가는 길의 발자국 소리이 가을엔 죽음 같은 것 생각지 말자훤한 대낮에도 별이 보이고바람결마다 무늬 짓는데모든 목숨들이잠깐,아주 잠깐,투명한 소리로 울다일순,서쪽 하늘에 하얗게 묻히고 있다기인 적멸의 계절이 오리라내던져진 빈 그물처럼침묵에 귀를 기울이라영원으로 가는 길은깊고조용하다맑은 영혼으로 닦이고 닦인깊고 조용한 목숨,무겁고 가볍다.- 시집 『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가을 들녘

가을 들녘 洪 海 里  다 벗으니 찬란하구나다 버리니 가득하구나 그 사이 길이 있어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길이 있어그 길로 누가 가고 있다 다 벗고다 버린홀로 가는 이가 있다 들녘은혼자서 가득히 빛나는구나. - '우이동 시인들' 제19집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1996, 작가정신, 값 3,500원)* 들녘 : 김성중 시인 촬영.(2024. 11. 07)

꽃무릇 천지

꽃무릇 천지 洪 海 里  우리들이 오가는 나들목이 어디런가너의 꽃시절을 함께 못할 때나는 네게로 와 잎으로 서고나의 푸른 집에 오지 못할 때너는 내게로 와서 꽃으로 피어라나는 너의 차꼬가 되고너는 내 수갑이 되어속속곳 바람으로이 푸른 가을날 깊은 하늘을 사무치게 하니안안팎으로 가로 지나 세로 지나 가량없어라짝사랑이면 짝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만나지 못하는 사랑이라서나는 죽어 너를 피우고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가나란히 누워보지도 못하고팔베개 한 번 해 주지 못한 사람촛불 환히 밝혀 들고 두 손을 모으면너는 어디 있는가마음만, 마음만 붉어라.

홍해리 시집 『치매행致梅行』

홍해리 시집 『치매행致梅行』                                 임보 교수님과 절친이신 홍해리 털보시인님,                                잘 단장된 수염을 보고 나는 한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꽃을 피우느라                                열병을 앓았죠.                                     수년 동안 소식이 끊어진 지인을 만났는데                                   홍해리 시인님 시집을 받고 읽으며 역시 그런 분이구나.                                 부부가 백년 해로한다는 거.             ..

금강초롱

금강초롱♤ 꽃을 보면 이따금 떠오르는 시가 있다. 꽃시를 읽으면 갑자기 꽃이 보고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 금강초롱꽃을 보니 홍해리 시 「금강초롱」이 생각난다. 꽃이 쓴 시일까, 시가 피운 꽃일까, 마치 금강경을 읽는 듯해 감히 시말을 쓸 수가 없다. 시를 읽고 꽃사진을 보며 곰곰히 생각하니 초롱초롱 내 속에도 꽃필까.  - 임교선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2024. 0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