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동백꽃 * 박주희 시인 페북에서 옮김. 2024. 03. 17. 홑동백꽃 洪 海 里 내가 한 가장 위대한 일은 너에게 '사랑해!' 라고 말한 것이었다 젖은 유서처럼 낮은 울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네 입술이 내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나를 덮는 한 잎의 꽃 아지랑이 아지랑이. - 시집 『독종』(2012, 북인) 시화 및 영상詩 2024.03.17
황태의 꿈 * 박성환 님의 글씨(2023.12.23. 페북에서 옮김). 황태의 꿈 洪 海 里 아가리를 꿰어 무지막지하게 매달린 채 외로운 꿈을 꾸는 명태다, 나는 눈을 맞고 얼어 밤을 지새우고 낮이면 칼바람에 몸을 말리며 상덕 하덕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만선의 꿈 지나온 긴긴 세월의 바닷길 출렁이는 파도로 행복했었나니 부디 쫄태는 되지 말리라 피도 눈물도 씻어버렸다 갈 길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밤도 북풍은 거세게 불어쳐 몸뚱어리는 꽁꽁 얼어야 한다 해가 뜨면 눈을 뒤집어쓰고 밤을 지새운 나의 꿈 갈가리 찢어져 날아가리라 말라가는 몸속에서 난바다 먼 파돗소리 한 켜 한 켜 사라지고 오늘도 찬 하늘 눈물 하나 반짝인다 바람 찰수록 정신 더욱 맑아지고 얼었다 녹았다 부드럽게 익어가리니 향기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 시화 및 영상詩 2023.12.24
속절 속절 洪 海 里 "한 삭朔만 같이 살자" 아니 "한 주週만" 아니 "하루만" 해도 웃기만 하던 꽃 모르는 새 다 지고 말았다 절도 속절인데 그래도 속절없다. - 시집 『비밀』(2010, 우리글). 시화 및 영상詩 2023.12.05
층꽃풀탑 층꽃풀탑 洪 海 里 탑을 쌓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나무도 간절하면 몸을 흔들어 한 층 한 층 탑사塔寺를 짓는다. 층꽃나무를 보라, 온몸으로 꽃을 피워 올리는 저 눈물겨운 전신공양. 해마다 쌓고 또 허물면서 제자리에서 천년이 간다. 나비가 날아와 몸으로 한 층 쌓고 벌이 와서 또 한 층 얹는다. 스님은 어디 가셨는지 달빛 선정禪定에 든 적멸의 탑, 말씀도 없고 문자도 없는 무자천서無字天書 경전 한 채. 시화 및 영상詩 2023.11.04
어두일미 어두일미 洪 海 里 조기를 구우면 어머니는 대가리만 떼어 드셨다 아내도 아들을 낳고 나선 머리가 맛있다 했다 조기 머리 속에는 깨가 서 말일까 금이 닷 말일까 대가리를 씹다 돌만 깨문 나는 입안이 얼얼하다. 시화 및 영상詩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