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곡·문화글판·기타 278

첫눈 2024

첫눈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그 소릿가락 따라앞뒷산이 무너지고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그 설레는 꽃이파리들이 모여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울음소리도 다 잠든제일 곱고 고운 꽃밭 한가운데텅 비어 있는 자리의 사내들아가슴속 헐고 병든 마음 다 버리고눈뜨고 눈먼 자들아눈썹 위에 풀풀풀 내리는 꽃비 속에젖빛 하늘 한 자락을 차게 안아라빈 가슴을 스쳐 지나는 맑은 바람결살아 생전의 모든 죄란 죄다 모두어 날려 보내고머릿결 곱게 날리면서처음으로 노래라도 한 자락 불러라사랑이여 사랑이여홀로 혼자서 빛나는 너온 세상을 무너뜨려서거대한 빛그 무지無地한 손으로언뜻우리를 하늘 위에 와 있게 하느니.- 시집 『화사기花史記』(19..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홍해리충북 청원산고대 영문과 졸업(1964)한국문협·현대시협·내륙문학회 회원.현재 성신여고 교사 저서시집 「투망도」(선명문화사 1969)시집 「花史記」(시문학사 1975)시선집 「무교동」(태광문화사 1976)6인시집 「내륙집」(새빛사 1977)2인작품집 「우리들의 말」(삼보문화사 1977)3인시집 「山上詠吟」(금방울사 1979)3인시집 「바다에 뜨는 해」(금방울사 1980) 1980년 9월 20일 초판 인쇄1980년 9월 25일 초판 발행발행처 / 민성사발행인 / 천용숙값1,700원 모두 열 다섯 부로 나뉘어진 이 연작시 「武橋洞」, 대체로 四元素의 상징을 통해 환상적 구성과 문명비판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와 낱말과 상황을 여러 부분에 산개시킴으로써 의미의 맥락과 전개를 보..

CEO들과 詩 / 중앙일보 2023

노정남│대신증권 고문 경영할 때 시를 알았더라면…지난 6년여 동안 대신증권 대표를 맡았던 노정남 고문은 CEO 자리를 떠난 후 시와 열애에 빠졌다. 그는 1977년 한일은행에서 금융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1987년 대신증권 국제영업부로 옮긴 후 25년여 간 대신증권에 몸담으며 전문 금융 CEO 반열에 올랐다.1998년 외환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안정적으로 넘기며 성장을 이끌었다. ‘금융주치의 서비스’ ‘빌리브 서비스’ 사업은 고객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노고문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금융가에서 35년 넘게 뛰어온 노 고문은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은퇴 후 그는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대표직을 내던지고 바로 시와 사진, 드럼을 배우며 인생 2막을 열었다. 시간..

(사)우리詩진흥회

한국지역진흥재단- 서울 서초구 고무래로 10-6. 전화 : 3496-2100지역의 자원 중, 미래산업화(지역 경제활성화, 수출산업화, 지역의 특화발전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에 크게 기여할 자원발굴을 목표로 실시한 행정안전부 향토자원 조사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향토자원 현황* 자원명 : (사)우리詩진흥회* 소재지 주소 : 서울특별시 강북구 삼양로 159길 64-9(우이동 124-17).분류자연 > 문화예술인향토자원 소개산타클로스를 연상케 하는 하얀 턱수염을 가진 (사)우리시진흥회(이하 우리시회) 이사장 시인 홍해리님을 만났다. 이 분은 1969년 시집 '투망도'로 등단하였고, 시집으로는 '화사기', '무교동', '홍해리 시선', '대추꽃 초록빛', '청별', '은자의 북', '난초밭 일궈 놓고', '투명..

‘연속 열대야 일수’ 역대 최장, 잠 못 드는 여름 / 중앙일보 2024.8.22.

[시론]‘연속 열대야 일수’ 역대 최장, 잠 못 드는 여름중앙일보 2024. 8. 22.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독사의 이빨/ 개의 혓바닥."홍해리 시인의 시 「중복(中伏)」이다. 이렇게 짧은 시는 처음 봤다. 그렇다. 한여름 무더위는 구태여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덥다”라고만 해도 되는 것을 독사의 이빨 같은 화염(火焰)에 늘어진 개의 혓바닥으로 시인은 표현했다. 정곡을 찌른 표현을 보면서 금세 숨이 턱 막혀온다.수도 서울의 최저 기온(오후 6시 1분~다음날 오전 9시)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7월 21일부터 31일째 계속됐다. 기상청에 따..

유권자로서 살아가기 이처럼 어려운 시대가 있을까

유권자로서 살아가기 이처럼 어려운 시대가 있을까 입력 2008. 6. 5. [오마이뉴스 안병기 기자] 시의 시대는 결코 멀리 간 게 아니다! 어제 오후, 우편함을 열다가 그 속에 책 한 권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6월호였다. 이 시 전문지 발행인이신 홍해리 시인의 배려로 벌써 일 년 가까이 이 책을 받아보고 있다. 좋은 책을 받아서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고를 끼쳐 송구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분명히 탈(脫)서정(抒情)의 시대다. 어디에도 뿌리박을 수 없는 유목민들, 천지 간에 나 홀로 정처 없이 떠도는 듯한 고아 의식. 사람들은 눈만 뜨면 쪼르르 전자사막으로 달려가서 그 외로움을 메우려 하지만, 밑바닥까지 바짝 말라버린 가슴의 정서를 쉬 적시지는 못한다. 그런데 탈 서정의 시..

불통 / 홍해리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18일)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3. 1. 18. 오늘 아침도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삶과 죽음에 대한 그 빛나는 이야기"란 부제를 단 읽기를 이어간다. 오늘 아침은 제7장 "파 뿌리의 지옥, 파 뿌리의 천국"을 읽고 여러 가지 사유를 해본다. 끝까지 이기적일 것 같은 사람도 타인을 위해 파뿌리를 하나 정도는 나눠준다. 그 정도의 양심은 꺼지지 않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을 믿는다. 파뿌리 이야기는 도스토옙스키의 에 나온다. 우리가 행하는 보잘것없는 선행 한 가지도 하느님의 축복이 된다는 말이다. 옛날에 아주 인색한 노파가 살고 있었는데 살아생전에 한 번도 선행이라곤 해본 적이 없어서 죽은 후에 지옥에 ..

집으로 가는 길

괴로운 생각 극복하기​ ​ 어느 나라의 왕이 철학자 세 사람을 궁으로 불러 질문했습니다. "그대들은 인생을 살아갈 때 가장 괴로운 일이 무엇인가?" 그러자 한 철학자가 대답했습니다. "노인이 되면 일을 못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가난이 찾아올 테고 가난이 찾아와도 힘이 없기에 일을 할 수 없게 되죠. 그 때문에 마음과 다르게 일을 할 수 없게 된 늙은 몸이 괴롭습니다." 또 다른 철학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평생 꿈꾸던 것을 이루기 직전 한계에 부딪혀 포기해야 할 때 괴롭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철학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아무런 선행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인데 그런 죽음 앞에는 오직 후회와 뉘우침밖에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삶을 괴롭게 만드는 상황은 저마다 다양하지만 사실은..

푸시업 130번 80대, 오늘도 허탕 60대, 눈 탓 눈 못 붙인 50대…대한민국 새벽에 무슨 일이 / 중앙SUNDAY/ 2023.12.30.

푸시업 130번 80대, 오늘도 허탕 60대, 눈 탓 눈 못 붙인 50대…대한민국 새벽에 무슨 일이 체감 영하 20도로 떨어진 지난 21일 새벽, 북한산 흥국사에 한 장년의 여성이 조심스레 발을 옮겨 기도합니다. 올해 수능을 치른 자식이 대학에 꼭 붙도록 말이지요. 스님은 살금살금 발을 옮기며 싸리비로 곳곳을 쓸고요. 새벽 산사의 적막 속 쓰레질 소리가 한 편의 시입니다. 단단한 어둠이 밤을 내리찍고 있다 허공에 걸려 있는 칠흑의 도끼 밤은 비명을 치며 깨어지고 빛나는 적막이 눈을 말똥처럼 뜨고 있다. - 「새벽 세 시」 홍해리. 적막한 산사 바로 밑에는 치열한 삶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 또 눈이 옵니다. 혹시 자유로에서 제설 차량을 본다면, 차만석씨가 있을 겁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인 윤동현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