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48

노老석공의 비가悲歌 / 전선용

노老석공의 비가悲歌 - 홍해리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전선용 손가락으로 부르는 비가悲歌는 비명碑銘에 새긴 침묵의 언어이외다 잃어버린 향기를 조각하는 석공의 가슴앓이가 표정없는 미소로 시작하여 묻어나는 후회, 수분 없는 대화로 차츰 오장육부에 인각 되고 있나이다 아내에게 바치고자 빚은 순정의 언어, 말없이 집을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그냥 웃는 아내의 순수함에서 어느 날 문득 낯선 아내의 얼굴에서 그리고 석공의 까만 눈동자에서 물꽃 틔우며 턱밑 수염에 알알이 자라고 있나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애틋한 읊조림은 연어의 귀환을 알리는 서막이려니와 이제 혼인색婚姻色을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로 바꿔가는 눈물겨운 노력에 있나이다 석공의 손끝이 무디기는 하나 섬세하기로 말하자면 비단에 꽃수를 놓는 아낙 정성에 못지않고 ..

詩化된 洪海里 2024.04.07

춘분시春分詩 - 우이사호牛耳四皓

춘분시春分詩 - 우이사호牛耳四皓 임 보 후백后白 고불古佛 화산華山 난정蘭丁 우이동의 네 노인들이 모여 저녁 인수봉 바라다보며 수작이다 난정은 금년이 고희 화산은 난정의 두 해 위 고불은 화산의 10년 위 후백은 다시 고불의 10년 위다 크게는 20여 년의 연차가 있지만 시를 놓고 사는 이들이어서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낸다 말씀은 주로 망백望百을 지난 후백이 이끄는데 지용과 목월, 지훈과 미당을 넘어 굴원에까지 올라간다 滄浪之水淸兮(창랑의 물이 맑으면) 可以濯吾纓(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창랑의 물이 흐리면) 可以濯吾足(내 발을 씻으리라) 고불은 섬 얘기 난정은 난초 얘기 화산은 수석 얘기 주모는 부산하고 창 밖은 춘설이 분분 백매는 아직도 푸른 주먹을 쥔 채 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后白은..

詩化된 洪海里 2024.03.28

시詩 혹은 시矢

시詩 혹은 시矢 - 홍해리 시인님의 시「망망茫茫」을 읽고 김 세 형 (시인) 망망茫茫 시인의 가슴 한복판에 박혀 푸르르~ 푸르르~! 살을 떨어 대는 살이여! 살 위에 꽂혀 살을 푸르르 떨어 대는 詩여! 矢여! 꽃이여! 별이여! 꿈이여! 누구도 시인의 아픈 살 속에 박힌 그 殺을, 그 불화살을 빼내 주지 마라! 그 불화살을 시인의 활화산에서 빼내는 순간, 시인은 곧 숨을 거두리니…, 망망茫茫한 숨 곧 거두리니… .

詩化된 洪海里 2023.03.21

만첩홍도萬疊紅桃

만첩홍도萬疊紅桃 방 수 영 당신은 전생에 내가 다 읽지 못한 만 장의 책 발길 닿지 않는 산중에서 나를 기다리다 이생까지 넘어온 만 겹의 꽃 당신을 읽지 않고서는 다음 생으로 넘어설 수 없는 봄밤 이슥하도록 책장을 넘겨도 다시 만 장, 만첩이 되고야 마는 당신은. * 萬疊白梅 만첩백매萬疊白梅 洪 海 里 내가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그대가 날 맞이할 마중물을 마련케 함이려니 서두르지 마라 매화가 꽃봉오리를 한꺼번에 터뜨리지 않듯 느긋하게 기다리거라 우주가 열리는 찰나를 노량노량 기다리거라. 눈독 들이면 꽃은 피지 못하느니 지구가 도는 소리가 들리는가 우주가 움직이는 걸 느끼는가 나비가 날 듯 지구는 돌고 우주의 반딧불이 별들은 꽃이 필 때마다 반짝반짝 반짝이느니. 꽃 한 송이 속에는 사계가 들어 있어 꽃잎 ..

詩化된 洪海里 2022.12.02

상을 똥 보듯 한 맑은 시인

상을 똥 보듯 한 맑은 시인 임 보 사람들은 칭찬 받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시인들도 상 타기를 좋아하는가 보다 상금이라도 두둑이 걸린 상이면 더욱 그렇다 상을 타기 위해 특별히 로비를 벌인 적은 없지만 나는 내게 돌아온 상은 거부하지 않고 받아온 속물이다 그런데 요즈음 어느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는 주최 측의 한 시인은 스스로를 수상자로 추천하여 세간의 눈총을 사고 있다 상금이 꽤 많이 걸려 있는 상이기에 구미가 동했던 모양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러고 싶은 욕심이 혹 생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아, 세상에는 상 받기를 거부하는 맑은 시인도 있다 상 보기를 소 닭 보듯 하는 곧은 시인 아니, 상을 똥 보듯 꺼려하는 시인도 있다 그런 시인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느냐고? 그런 시..

詩化된 洪海里 2022.11.27

돌과 난, 난과 돌 - 임보, 홍해리 고운 님에게

돌과 난, 난과 돌 -임보, 홍해리 고운 님에게 김준태(남녘땅해남인)) 바위는 천년을 살고 난은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죠 바위는 난 위에 오르지 못하지만 난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푸른 배꼽을 내놓고 저 하늘을 누리며 산다 오오 그러나 난은 바위가 없으면 자신의 뿌리를 내릴 수 없나니 그래요… 참말 그렇군요 난과 바위 바위와 난은 서로 부족함이 없이 천년을 만년을 살아오고 있음이여 난과 바위 바위와 난을 배우며 우리들도 사람을 벗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살고 노래함이여!!

詩化된 洪海里 2022.11.16

자란紫蘭 / 나병춘(시인)

자란紫蘭 나 병 춘 자란자란 자랑자랑 자랑스레 꽃대를 올린다 자랑자랑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깨련다 지는 것이 피는 것이고 피는 것이 지는 것 시인의 콧노래 흥얼흥얼 들리는 뒤란에 자란자란 자장가처럼 그윽하게 펴 자릉자릉 꿈나라를 저어가네 누가 들어도 좋고 듣지 않아도 무슨 대수랴 세란헌* 외로운 창에 으스름 달이 비추면 나도 덩달아 갸웃 갸웃거리며 일찍 깨어난 헛기침 소릴 엿들으리라 소쩍이 소쩍소쩍 울어옐 적에 나도 덩달아 자릉자릉 자란자란 소리도 없이 피고 지리라 *세란헌 : 홍해리 시인의 집 洗蘭軒

詩化된 洪海里 2022.05.07

할미꽃 당신 : 김세형 시인

할미꽃 당신 김세형 접시꽃 당신으로 살다가 할미꽃 당신으로 가신 사랑은 지워지는 마음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마음임을 난 '접시꽃 당신'이 아니라 할미꽃 당신에서 보았네. 홍해리 시인의 '마음이 지워지다'에서 보았네. 마음이 지워져 가신 당신, 그러나 시인의 가슴엔 지워지지 않는 마음으로 남아 애달픈 사랑이여! 영원한 사랑이여!

詩化된 洪海里 202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