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과 아이스크림 솜사탕과 아이스크림 洪 海 里 이른 아침 출근길에 허수아비 하나 한강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았다 갑자기 솜사탕이 먹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 아이스크림처럼 녹고 싶었다 잠시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하늘 올라 구름이 되고 싶었다 솜털구름처럼 하늘 가득 피고 싶었다. - 『은자의 북』(1992, 작가정신) 시집『은자의 북』1992 2020.05.19
별들이 먹을 갈아 별들이 먹을 갈아 洪 海 里 시월 상달 날 저물어 별이 돋으면 방마다 지창마다 촛불 밝힐 일 하늘에선 별들이 밤 늦도록 먹을 갈고 묵향이 천지 가득 그리웁게 내리고 내려 새벽이면 소심素心 한 촉 소복하고 홀로 서네. - 시집 『은자의 북』(1992) * 18일 경남 거창군 신원면 와룡리 소야마을 앞 다랑논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을 정취를 더하고 있다. 시집『은자의 북』1992 2018.10.01
<시> 산상시회 山上詩會 홍해리(洪海里) 가을엔 온 세상이 단물이 드는구나 비 개이고 구름 걷히면 나무들은 현악기가 되어 울고 골짜기는 피리소리로 흐르는구나 꽃들은 절로 붉어 산을 채우니 술병 차고 산에 올라 머리칼을 날리며 잔을 비우면 이마에 깊이 흐르는 강물소리 빈 술병에 가득 차는 바람소리 새들도 ..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9
서문: 은자의 북을 위하여 은자의 북을 위하여/洪海里---시집 『은자의 북』의 서문 홍해리(洪海里) 은자의 북을 위하여 지난 '89년에 펴낸 『淸別』이후에 발표한 작품 중에서 80편을추려 아홉 번째 시집 『은자의 북』을 울린다. 이렇게 시집을 낼 수 있는 것은 북한산의 인수봉과 백운대의맑고 푸른 자연과 우이동의 평화롭고 한가한 삶의 덕이다. 북한산은 나의 종교요, 우이동은 내 삶의 원천이요 고향이다. 동인>들과의 '더불어 삶'이 내겐 무엇보다 미덥고 고마운 힘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과 가장 가까운 말은 '삶'과'사랑'이다.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일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사랑은 삶의 꽃이요 힘이다. 이번에 실은 작품은 정확히 '89년부터 '91년까지의 내 삶의 편린들이다. 내 인생에 있어 ..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5
<시> 구멍에 대하여 구멍에 대하여 洪 海 里 구멍이란 말을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시원해진다 공연히 신이 난다 신바람이 인다 여자가 사내보다 하나가 더 많다는 말도 괜스레 짜릿짜릿하게 하지만 똥을 쏘는 일이나 오줌을 싸는 일이 얼마나 통쾌한가 모든 생명은 구멍으로 존재한다 구멍에서 왔다가 구멍..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5
<시> 춘향가 춘향가 홍해리(洪海里) 1.이도령의 꿈 그대는 흐르는 버들숲가 꾀꼬리 소리 금빛 비상이더니 사이사이 날으는 제비 떼 삼단 머릿결 향기로운 흐름이더니 하늘가 하늘하늘 나부끼는 옷고름이더니 이마에 목련꽃 하얗게 벌고 가슴벼랑 진달래 따사로이 피는 이 봄날 그대는 안개꽃 고운 숨..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5
<시> 폭풍주의보 폭풍주의보 홍해리(洪海里) 바다에는 사방팔방으로 길이 있는데 내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뉴스는 계속 발효중인 폭풍주의보를 반복하다 나흘이 가고 관매도 작은 섬이 바다에 묻혔다 발이 있어도 나가지 못하는 섬 작은 주막에 앉아 홍주를 마시는 바람부는 날 오후 꽃게의 다리를 꺾으며 꺾으..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5
<시> 겨울 POETOPIA 겨울 POETOPIA 홍해리(洪海里) 우이동 골짜기 바람맛을 보면 어둡고 깊은 겨울도 아름답고 달고 따스하다 격정의 바다를 지난 하늘에는 'It's enough to live!' 눈을 쓰고 있는 빛나는 인수봉 평온의 잠을 깁고 있는 천공으로 산빛을 깨쳐 우뚝 선 한겨울의 오르가즘 눈꽃 피워 올린 백운대 자락 외로우면 구름 ..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5
<시> 말똥詩 말똥詩 홍해리(洪海里) 입으로 싼 말 그건 말의 찌꺼기다 그건 똥이다 똥으로 쓴 시 똥시, 말의 똥시, 말똥시 말똥말똥 눈뜨고 있는 시 그건 똥시다 아, 똥시! 똥시? 動詩 --- 童詩 --- 그래 움직이는 시, 아이가 쓴 시 뛰는 시 달리는 시 가장 순수한 똥시 순수시 아, 온 세상이 똥이다, 잘 썩은 가장 잘 썩..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5
<시> 떠도는 영혼 따라 떠도는 영혼 따라 홍해리(洪海里) 사람과 사람과 사이 천둥과 번개가 살고 있다 눈짓과 눈짓이 만나 번개치고 천둥이 운다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를 빙빙 떠돌고 있고 신은 검은 꽃을 들고 말없이 웃고만 있다. 시집『은자의 북』1992 200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