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詩! 그런 詩! 洪 海 里 거문고가 쉴 때는 줄을 풀어 절간 같지만 노래할 때는 팽팽하듯이, 그런 詩! 말의 살진 엉덩이에 '묵언默言'의 화인火印을 찍는다 언어言語 도단道斷이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19.09.11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洪 海 里 뚝!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시작 노트> 동백꽃은 적막 속에서 은밀히 피어난다. 순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탄을 터뜨린다. 할 일을 다 마친 꽃은, 뚝! ... 떨어져 내려 다시 한 번 우주의 적막을 깬다. 그러나 우주는 곧 다시 적막..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19.01.03
요요 요요 洪 海 里 우체국 가는 길 초등학교 앞 어른 키만한 나무 구름일 듯 피어나는 복사꽃 헤실헤실 웃는 꽃잎들 가지 끝 연둣빛 참새혓바닥 일학년 일과 파할 무렵 이따끔 터지는 뻥튀기 혼자서 놀고 있는 눈부신 햇살 요요하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시인은 눈부신 햇살..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19.01.01
내소사 입구에서 전어를 굽다 내소사 입구에서 전어를 굽다 홍 해 리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초가을 내소사 입구 전어 굽는 냄새 왕소금 튀듯 하는데 한번 나간 며느리 소식은커녕 단풍든 사내들만 흔들리고 있었네 동동주에 붉게 타 비틀대고 있었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홍해리 시인의 시편들은 늘 언제나 다시 읽고 싶은 음미의 세상 얘기가 많다. 이 시편을 보면 요즈음 집 나간 여자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것도 매스콤의 영향일 것으로 생각이 들지만 우리 동네 여자들도 밖으로 직장 다닌다며 몇 가옥이 유행처럼 나갔다. 여자는 집 나가면 절대 안 들어온다더니 다 키운 자식 생각 않고 그 나마 돈이란 돈을 다 챙겨서 어디론가 나가서 풍문에는 어느 노총각과 산림을 차렸다느니 하며 그런..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19.01.01
<시> 폭설 폭설暴雪 洪 海 里 내 마음속 전나무길 눈은 쌓여서 밤새도록 날 새도록 내려 쌓여서 서늘한 이마 홀로 빛나라 빛나는 눈빛 홀로 밝아라 이승의 모든 인연 벗겨지도록 저승의 서룬 영혼 씻겨지도록.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한라산의 눈꽃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10.12.26
<시> 그녀가 보고 싶다 그녀가 보고 싶다 洪 海 里 크고 동그란 쌍거풀의 눈 살짝 가선이 지는 눈가 초롱초롱 빛나는 까만 눈빛 반듯한 이마와 오똑한 콧날 도톰하니 붉은 입술과 잘 익은 볼 단단하고 새하얀 치아 칠흑의 긴 머릿결과 두 귀 작은 턱과 가는 허리 탄력 있는 원추형 유방 연한 적색의 유두 긴 목선과 날씬한 다리 언뜻 드러나는 이쁜 배꼽 밝은 빛 감도는 튼실한 엉덩이 고슬고슬하고 도톰한 둔덕 아래 늘 촉촉 젖어 잇는 우윳빛 샘 주렁주렁 보석 장신구 없으면 어때, 홍분 백분 바르지 않은 민낯으로 나풀나풀 가벼운 걸음걸이 깊은 속내 보이지 않는 또깡또깡 단단한 뼈대 건강한 오장육부와 맑은 피부 한번 보면 또 한 번 보고 싶은 하박하박하든 차란차란하든 품안에 포옥 안기는, 한 편의 시詩. - 시집『봄, 벼락치다』(2006, ..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09.02.16
맛에 대하여 맛에 대하여 洪 海 里 맛을 맛답게 맛을 맛나게 하고 맛의 맛을 더해 주는 것은 쓴맛이지 쓴맛 단맛 다 보고 나면 쓴맛이 달 듯 '맛있어요'라는 말은 '맛이 써요'가 아닌가 냄새로 맡는 맛과 느껴서 맡는 맛도 맛은 맛이고 눈으로 맛있다 하고 맛있는 소리에 귀를 여는 것과 때로는 소금밭..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08.07.31
[스크랩] 홍해리 시인 홍해리(洪海里) 시인 본명 洪峰義, 충북 청원 출생. 196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시집 『투망도』(선명문화사, 1969) 『화사기』(시문학사, 1975) 『무교동』(태광문화사, 1976) 『우리들의 말』(삼보문화사, 1977)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민성사, 1980) 『홍해리 시선』(탐구신서 275, 탐구당, 1983)..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07.08.13
필삭筆削 필삭筆削 洪 海 里 철새는 천리 먼 길 멀다 않고 날아간다 길 없는 길이 길이라 믿고 필사적必死的이다. 더 쓸 것 쓰고 지울 것 지우며 막무가내 날아가는 시인의 길, 멀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06.05.06
생각에 잠긴 봄 생각에 잠긴 봄 洪 海 里 봄이 초록빛 길로 가고 있다 어둠 속에 잉태하고 있던 것마다 폭죽처럼 출산하고, 이제는, 연둣빛 미소로 누워 있는 어머니 바람은 후박나무 잎에 잠들고 여덟 자식들은 어디 숨어 있는지 느리게 느리게 봄이 흘러간다 무심하게, 눈물처럼, 나른나른히. (시집『봄.. 시집『봄, 벼락치다』2006 200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