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瑞香 서향瑞香 -화적花賊 洪 海 里 꽃 중에서도 특히 이쁜 놈이 향기 또한 강해서 다른 놈들은 그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듯, 계집 가운데도 특히나 이쁜 것이 있어서 사내들도 꼼짝 못하고 나라까지 기우뚱하네. - 시집 『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꽃시집 『금강초롱』(2013, 도서출판 움)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25.01.02
화살표 화살표 洪 海 里 이것 하나 남기고 가는구나! 따라가 보니 주검 있었네! - '우이동시인들' 15집『팔색조를 찾아서』(1994, 동천사)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19.04.16
설날 아침 설날 아침 洪 海 里 섣달 그믐밤에 잠을 잤더니 눈썹이 하얗게 세어 버렸네 창 밖엔 흰눈이 세상을 덮고 새소리 바람소리 얼어붙었네.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19.02.05
<시> 다선요기 다선요기多仙窯記 洪 海 里 낮에는 대지의 고운 흙으로 몸을 빚고 가장 깨끗한 눈물을 유약으로 발라서 천삼백 도 타는 열로 신방 꾸미면 밤마다 하늘에선 별이 내리지 가마에 불 지피고 술상 차려라 바람 부르고 구름장 끌어다 놓고 잔디밭에 풍류 잡혀 둘러 앉으면 때맞추어 하늘에선 ..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5
<시> 한겨울 시편 한겨울 시편 가야지 이제 가야지 하면서도 막상 떠날 생각 털끝만큼도 없는데 북한산 깊은 골짝 천년 노송들 가지 위에 눈은 내려 퍼부어 한밤이면 쩌억 쩍 뚜욱 뚝 팔 떨어지는 소리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누구의 뜻으로 눈은 저리 내려 쌓이고 적멸의 천지에 눈꽃은 지천으로 피어서 ..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5
<시> 50대 쪽자 50代 쪽자 자면서 자는 줄도 모르고 넣으면서 넣는 줄도 모르고 하면서 하는 줄도 모르고 먹으면서 먹는 줄도 모르고 빨면서 빠는 줄도 모르고 박으면서 박는 줄도 모르고 싸면서 싸는 줄도 모르고 쏟으면서 쏟는 줄도 모르고 빼면서 빼는 줄도 모르고 죽으면서 죽는 줄도 모르고 살면서 죽는 줄도 모..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5
<시> 첫눈 첫눈 홍해리(洪海里) 마지막 속옷까지 막 벗어 놓고 처음으로 속살을 내보이는 小雪날 저녁 방안 기온은 급강하 밖엔 꼿꼿이 서서 떨고 있는 나무들 따스한 젖가슴으로 하늘을 쓸고* 지상을 다숩게 쓸다** 깊고 고운 꿈까지 쓸어*** 반짝이는 하얀 잠으로 자지러지는 첫날밤의 이부자리. *깨끗이 하다 **..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4
<시> 설중매 앞에 서서 설중매雪中梅 앞에 서서 洪 海 里 1 수억 광년을 잠자던 별들이 싸늘한 영혼으로 터뜨리는 하얀 불꽃이다 2 싸락눈 같은 창백한 속삭임 새벽 4시의 무명無明 3 별똥별의 추락 화사한, 화사한 마침표 4 천상天上의 문양紋樣 가지마다 청청백백淸淸白白 청허淸虛로다 5 청천벽력 같은 투명한..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4
<시> 유채꽃 바다 유채꽃 바다 洪 海 里 보아라 저 바다가 어떻게 피는지 노랗게 피어 있는 누이야 푸른 바다 고랑고랑 일구어 피워 놓은 유채꽃 밭머리마다 <꽃값을 받습니다, 일인당 500원!> 팻말을 엉성하게 박아 놓았다 얼마나 생각이 간절했으면 먼 바다가 노랗게 불을 밝히고 일출봉을 오르고 있..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4
<시> 그리운 서울 그리운 서울 홍 해 리 그대 가슴속 토끼풀꽃 한 송이 핀다 한들 여기가 서울이겠느냐 그리운 서울이겠느냐 적막강산 불어터진 젖가슴 행려병자여 까마귀 떼가 내리는 것을 보아라 쏟아져 나와 하수구처럼 흐르는 인산인해 급히들 무리지어 돌아가는 은빛 죽음의 길 덜커덕거리는 창문 .. 시집『투명한 슬픔』1996 200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