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69

세이천행洗耳泉行

세이천행洗耳泉行 洪 海 里 상을 받는 건 좋은 일인가? 상을 타는 건 신나는 일인가? 상을 타고 받는 상상은 즐겁고 행복한 일인가? 상을 타도록 누가 추천하겠다고 합니다 나는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을 쓴 적도 없습니다 상을 탈 만한 인물도 못 됩니다 그런데 누구누구한테 빨리 시집을 보내라고 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시집보낸 지 채 한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 딸을 낳아 길러 시집을 보내나 걱정입니다 평생 시집 안 보내고 상 안 받는 게 편합니다 이제껏 안 받은 상 이제 받아 뭣 하겠습니까 그러니 다음과 같이 추천의 글을 써 주십시오 "위의 사람은 상을 받을 자격도 없고 상을 받을 위인도 아니니 이 사람에게 상을 주지 않도록 이에 추천합니다 2015년 00월 00일 추천인 0 0 0 (인)" "시인은 감..

<시> 용천사 꽃무릇

용천사 꽃무릇 洪 海 里  내 사랑은 용천사로 꽃 구경가고혼자 남아 막걸리나 마시고 있자니 발그림자도 않던 꽃 그림자가해질 임시 언뜻 술잔에 와 그냥 안긴다 오다가 길가에서 깨 터는 향기도 담았는지열예닐곱 깔깔대는 소리가 빨갛게 비친다 한평생 가는 길이 좀 외로우면 어떠랴마는절마당 쓸고 있는 풍경 소리 따라  금싸라기 햇볕이 이리 알알 지천이니잎이 없어도 꽃은 잘 피어 하늘 밝히고 지고 나면 이파리만 퍼렇게 겨울을 나는 꽃무릇 구경이나 가고픈가을날 한때.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내외신문 2016.08.03. 조기홍 기자홍해리 시인은 19집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를 최근 출간했으며 평생 시집 20권을 내는것이 목표였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더 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