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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노래 / 술 나라

술 노래洪海里 가장 아름다운 물이 되기 위하여아니, 가장 황홀한 불이 되기 위하여눈 감고삼 년귀 막고삼 년입 닫고삼 년그보다 먼먼 역사를아리랑 아리랑 소리없이 울었다.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몸을 바꾸고아무런 몸짓도 없이모든 번뇌 비인 하늘에 띄우고어둠의 옷을 입고땅 속에 누워그리움으로사랑으로투정으로절망과 슬픔과 고독을 삭이면----,한 알 사리이듯땅 내음 가슴에 품고바람도 별빛도 모아 담아살과 뼈를 다 삭혀 낸 후더운 숨을 흘려 버리고 나면빨간 참숯의 혓바닥이 되어가장 향그러운 물영롱한 호박빛 투명이 고인다.어느날까맣게 잊고 있던 불씨 하나가몸에서 타오르는 날그대의 눈물보다풀잎의 이슬보다 순수한 문법으로목숨의 꽃 같은 저녁놀 아래스스로 우는 가락의 혼불로 타리라그대 가슴에 요요히 흐르리라.(1994) ..

시비詩碑 / 오형근(시인)

시비詩碑洪 海 里 저 크고 무거운 걸어찌 지고 가려고 가벼운 시 한 편그게 뭐라고 거대한 돌에 새겨세워 놓았나 "늬가 시를 알아?" 하고큰소리 칠 시인이 없네.- 월간 《우리詩》 2025. 1월호. * '시詩'라 하면 시요, '시인詩人'이라 하면 모두 시인인 세상인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세상에 시 아닌 글이 어디 있고, 시인 아닌 사람 어디 있겠는가? 얼굴로 시를 쓰는 사람도 있고 이름으로 시를 쓰는 이도 있다. 그러니 시도 많고 시인도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 隱山. * 다른 시인은 몰라도,홍해리 시인은 큰소리치실 수 있다!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홍해리 시인은 나에게 그런 시인이다.다음은 홍해리 시인의 에서 느낀 바가 있는 몇 구절을 발췌해 온 것이다."나이를 먹으면 시도 그만큼..

해마다 이맘때면

해마다 이맘때면洪 海 里 비 갠오월 초순집 뒤 참나무 숲에서꾀꼬리 울면송홧가루 가루가루 날리고, 때 맞춰운수재韻壽齋 마당 가득백모란이 벙글어막걸리 몇 통 메고모여드는 소인묵객騷人墨客들, 모란과 마주앉아 잔을 비우면너나 없이 노랗게 눈이 감겼지해마다 이맘때면. * 운수재 : 임보 시인의 집. * 우이동 뒷산 참나무 숲에 꾀꼬리가 왔다. 어제(5/3) 아침 나절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사를 하더니 오늘도 청아한 소리를 들려 주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임보 시인댁 마당에 백모란이 하얗게 치마를 펼친다. 안주인께서 내오는 안주로 우리는 모란 주변에 앉아 막걸리를 비우곤 했는데 올해는 사정상 연례 행사를 하지 못했다. * 사람에게 품과 격(人品/格)이 있듯 시에도 품과 격(詩品/格)이 있어야 하고, ..

한잔 술 · 그 사내

한잔 술 · 그 사내洪 海 里 집도 절도 없이 죽도 밥도 없이 올 데 갈 데 없이 시도 때도 없이, 헤매는그 사내, 꺼이꺼이 꺽꺽꺽울지 말거라, 해질녘 한잔 술에젖은 사내야! * 잘 사는 게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아무 걱정없이 자유를 누리며 사는 게 잘 사는 것 아닌가? 그게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한잔 술에 하루가 저문다. - 隱山.

명창정궤明窓淨几

명창정궤明窓淨几 洪 海 里 살기 위하여잘 살기 위하여 쓰지 말고, 죽기 위해잘 죽기 위해, 쓰고, 또써라. 한 편 속의 한평생,인생이란 한 권의 시집을!- 월간 《우리詩》 2019. 12월호.-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 잘 죽기 위해서는 우선 잘 살아야겠지요.좋은 시를 쓰려면 또한 잘 살아야겠지요.잘 죽기 참 어려운 일이 아닌지 모르겠군요.시를 쓰는 일도 그렇지 싶습니다.- 隱山. 사랑과 고독으로외롭던 청춘, 그 어두운 밤별은 빛나고별은 빛났건만고독은 멈추지 않았다시절을 불 태우던 때부터,까마득한 그 시절까지목마를 타고 하늘을 날고춤추는 술병이 쓰러지던 때까지내 고독은 멈추지 않았다그 시절한 편에 우뚝 서 계신알지 못하고 뵙지도 못한진작, 스승 같은 존재였다오십 년 전 노트 속에서끝내..

우이동 시쟁이들 / 임보

우이동 시쟁이들 임 보 우이동 시쟁이들 참 멍청해그 좋은 부귀공명 꿈도 못 꾸고저승도 시 없으면 못 갈 사람들 마당 한 귀퉁이에 연잎을 띄워 놓고인수봉 손짓하며 소주잔 권하는황소보다 천진한 채희문蔡熙汶 시인 산과 바다와 섬들을 품어다가방 속에 가둬놓고 혼자서 웃는유유자적 만년소년 이생진李生珍 시인 세이천洗耳川 오른 길에 더덕밭 일궈 놓고난초 아내 매화 아들 떼로 거느리고화주花酒에 눈이 감긴 홍해리洪海里 시인 우이동 시쟁이들 참 기똥차강산풍월 쌓아 놓고 크게들 놀아

詩化된 洪海里 2025.04.23

스냅 사진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시詩의 나라우이도원牛耳桃源찔레꽃 속에 사는그대의 가슴속해종일까막딱따구리와 노는바람과 물소리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한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행行과 행行 사이눈 시린 푸른 매화,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솔밭 옆 마을꽃술이 술꽃으로 피는난정蘭丁의 누옥이 있는말씀으로 서는 마을그곳이 홍해리洪海里인가-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