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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눈 뜨다 / 국립4·19민주묘지

오늘은 백매, 일 년에 한 번, 청악매 필 때 선생님을 찾아 뵙는다. 언제부터 시작됐는 지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잊었다. 그러나 일 년에 한 번, 매화 필 때 우리는 우리 모두를 축복한다. 오늘이 그날이고 선생님은 더 건강해지셨다. 수상한 시절이지만, 그래도 백매 향기는 기가 막혔다. 그렇게 우이시낭독회는 400회가 훨씬 넘어 지속이 되고 있다.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시의 위의를 지켜내는 시인의 힘과 믿음은 멋지다. 홍해리 선생님. 임보 선생님이 더 많이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손현숙(시인) 매화, 눈뜨다洪 海 里 국립4·19민주묘지더디 오는 4월을 기다리는 수십 그루 매화나무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서 있다지난여름 삼복 염천의 기운으로 맺은 꽃망울4월이 오는 길목에서그날의 함성처럼 이제..

牛耳洞 이야기 2025.03.30

세상 사는 일

세상 사는 일 洪 海 里  혼자 저녁을 먹고 오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을사 정월 초닷새 초승달이 떠 있다 집 뒤 삼각산은 눈을 쓰고 있어나이를 몇 살 더 먹은 듯하나 힘은 더 세어 보인다 사람 사는 일너나 나나 별것 없다초승달도 금세 그믐달이 되고 만다 물은 흘러가고불은 타오르고영원한 것은 없어 살맛나는 것 아닌가.

손톱깎기

손톱 깎기- 치매행致梅行 · 5 洪 海 里  맑고 조용한 겨울날 오후따스한 양지쪽에 나와 손톱을 깎습니다슬며시 다가온 아내가 손을 내밉니다손톱을 깎아 달라는 말은 못하고그냥 손을 내밀고 물끄러미 바라봅니다겨우내 내 손톱만 열심히 잘라냈지아내의 손을 들여다본 적이 없습니다손곱도 없는데 휴지로 닦아내고 내민가녀린 손가락마다손톱이 제법 자랐습니다손톱깎이의 날카로운 양날이 내는 금속성똑, 똑! 소리와 함께 손톱이 잘려나갑니다함께 산 지 마흔다섯 해처음으로,아내의 손을 잡고 손톱을 잘라 줍니다파르르 떠는 여린 손가락씀벅씀벅,눈시울이 자꾸만 뜨거워집니다. -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황금마루) ◇ 시 해설금혼식을 하는 시인이 마흔다섯 해를 함께 한 시점에 아내에 대한 시를 쓴 것이다. 손톱을 깎는 작은 일이지..

효자손

효자손洪 海 里  너를 보면 불쑥 등이 가렵다손 닿지 않는 곳부터아닌 데 없이왠지 갑자기 온몸이 스멀스멀 가려워진다간질간질 근질근질자리자리 저리저리등 비빌 언덕도 없는 세상인데칠락팔락하는 가려움에효자가 따로없다시원해라 시원해박박벅벅 긁어 다오, 효자손!  * 손 닿지 않는 곳이 가장 가렵다.  왜?  박박벅벅 긁으면서 시원하게 살아야겠다.  효자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