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용 19

노老석공의 비가悲歌 / 전선용

노老석공의 비가悲歌 - 홍해리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전선용 손가락으로 부르는 비가悲歌는 비명碑銘에 새긴 침묵의 언어이외다 잃어버린 향기를 조각하는 석공의 가슴앓이가 표정없는 미소로 시작하여 묻어나는 후회, 수분 없는 대화로 차츰 오장육부에 인각 되고 있나이다 아내에게 바치고자 빚은 순정의 언어, 말없이 집을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그냥 웃는 아내의 순수함에서 어느 날 문득 낯선 아내의 얼굴에서 그리고 석공의 까만 눈동자에서 물꽃 틔우며 턱밑 수염에 알알이 자라고 있나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애틋한 읊조림은 연어의 귀환을 알리는 서막이려니와 이제 혼인색婚姻色을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로 바꿔가는 눈물겨운 노력에 있나이다 석공의 손끝이 무디기는 하나 섬세하기로 말하자면 비단에 꽃수를 놓는 아낙 정성에 못지않고 ..

詩化된 洪海里 2024.04.07

異山 전선용 시집『그리움은 선인장이라서』

* 사진을 찍느라 본인 얼굴이 빠졌네~~~!(2023. 08. 12./ 異山齋) 범람하는 시인과 시집 틈에 가을 풍경이 가발처럼 내려 앉는다. 나 하나 쯤은 자제해도 될 법한 절차적 행위가 여전히 어색하고 낯선 이유, 나약하고 부족한 밑천을 드러내는 미안함이 신앙처럼 다가와 몸 둘 바 모르기 때문이다. ​ 내가 하나님께 감사함은 아무것도 아닌 나를 수렁에서 건지시고 더러운 입술을 숯불로 정화하사 이처럼 경 같은 시집을 내 놓게 했으니 이 모든 일은 나의 노력이 아니라 순전히 나의 주인 되신 하나님 은혜의 선물이라. ​ 축하를 위해 홍해리 선생님, 그리고 멀리 프랑스에서 오신 공 화백께서 異山齋에 오셔서 상량하듯 케이크 촛불을 올리고 졸시를 읊어 주시는 영광을 누렸다. 시인은 원래 배가 고픈 거라며 다 해..

「산수유 그 여자」/ 감상 및 그림 : 전선용 시인

산수유 그 여자 洪 海 里 눈부신 금빛으로 피어나는 누이야, 네가 그리워 봄은 왔다 저 하늘로부터 이 땅에까지 푸르름이 짙어 어질머리 나고 대지가 시들시들 시들마를 때 너의 사랑은 빨갛게 익어 조롱조롱 매달렸나니 흰눈이 온통 여백으로 빛나는 한겨울, 너는 늙으신 어머니의 마른 젖꼭지 아아, 머지않아 봄은 또 오고 있것다. * 감상평 남녘에 봄이 진작에 도래했다고, 가서 꽃구경하라는 암시가 모락모락 피었다. 산동마을을 지나 구례로, 섬진강 따라 산책하듯이 봄을 만끽하는 일이야말로 제대로 계절을 맞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홍해리 시인의 「산수유 그 여자」를 누이와 어머니 마른 젖꼭지라고 했다. 계절이 흘러가는 동안 누구에게는 누이가 되고 또 누구에겐 어머니가 된다. 이 한 편의 시는 꼭 누구라고 지칭할 수..

꽃 洪 海 里 이승의 꽃봉오린 하느님의 시한폭탄 때가 되면 절로 터져 세상 밝히고 눈뜬 이들의 먼 눈을 다시 띄워서 저승까지 길 비추는 이승의 등불. -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민성사, 1980) 시와 그림 洪 海 里 내가 쓴 졸시 「꽃」을 읽고 그려낸 異山의 그림은 우주가 한 송이 꽃이 되어 너도 꽃이라는 듯, 꽃이 되라는 듯 화폭 가득 폭,폭,폭, 터지고 있다.

그림으로 읽는 詩 / 전선용(시인)/《우리詩》2021. 6월호.

아내의 나라 - 치매행致梅行 · 408 洪 海 里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일까 첩첩산중 작은 매화마을일까 아무리 바라다봐도 보이지 않네! - 홍해리 시인의 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에서. * 홍해리 시인의 「치매행」 421편의 시 중에 가슴 저미지 않는 시가 하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존재가 서서히 소멸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생각보다 잔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볼 때 치매를 앓던 아내를 다른 나라로 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는 안다. 사람은 예외 없이 자기 나라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동하는 의식의 절차는 늘 고통이 따른다. 그 나라의 의미가 종교적 차원에서 본다면 천국이거나 지옥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아내의 나라는 어디일..

우이동의 전설 - 임보, 홍해리 시인

우이동의 전설 - 임보, 홍해리 시인 전 선 용 ​ ​ 석란石蘭의 우아함을 입으로 말하는 건 경솔이다 ​자태의 물아일체,​ 뒷모습이 선비 같아서 구름은 인수봉에 신선으로 앉았다 백운대가 땅으로 경배할 때 화산華山, 은산隱山* 강렬強烈하지만 감렬​甘烈한 말씀이 꽃으로 만개했다 반세기 계절이 병풍으로 접었다 펴고 삼족오三足烏 울어 ​유명幽冥을 달리한 유명有名이 도선사 불경처럼 수런댄다 삼각산아, ​ 덧없다 하지 말자 솔밭 송홧가루 흘림체로 흘러 무위가 될지라도 무아의 경지가 이름에 없고 돌부리에 있는 것을, 길 아닌 곳에 우뚝 선 꽃대가 바람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견고한 무릎이 삼족오 발톱 같기 때문이다 해를 숭배하고 주신酒神을 섬기는 사유가 선물이라서 ​ 비가 술같이 내리는 날 주거니 받는 낭창이 춘..

詩化된 洪海里 202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