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사井邑詞 정읍사井邑詞 洪 海 里 1.사내의 말 나라가 저자요 저자가 젖었으니 내 어찌 젖지 않을 수 있으랴 밝디 밝던 달빛 사라지고 어둔 길 홀로 돌아가네 한낱 꿈길이라는 인생살이 눈물나라일 뿐인가 떨어진 미투리 버선목의 때 가래톳이 서도록 헤매여도 술구기 한 두 잔에 정을 퍼주는 들병이..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18.04.21
<시> 도깨비 도깨비 洪 海 里 도깨비 洪 海 里 1. 어떤 나라에선 혹 달린 사람들이 씨름을 하고 있다 한다. 혹도 보통 혹이 아닌 이상한 혹을 몇 개씩 달고 있는 사람들이라 한다. 절구질, 낚시걸이, 배지기, 허리죄기, 덧걸이, 손홀치기, 등치기, 다리채기, 팔걸이, 잡채기, 호미걸이, 빗장걸이는 다 제쳐..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詩> 말뚝이 타령 말뚝이 타령 홍해리(洪海里) 낙목한천 해는 지고 외기러기 울고 가니 꼭두서니 저녁놀로 이 내 가슴 타는구나 청맹과니 스라소니 쓰러지고 넘어지고 자빠져서 박살나도 살아 있어 즐거워라 꿈도 많고 한도 많고 서름 많고 시름 많은 우리네 인생 불쌍한 인생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나 공..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수로여 수로여(2) 수로水路여 수로水路여(2) 홍해리(洪海里) 다섯. 미로학습 사랑해요사랑해요죽은메아리뿐이예요감각의천사같은낮도깨비들의탈탈탈들이보여요안보여요죽었다살았다살았다죽었다하는춤사위가끝없이흐느적이고있어요비맞은가을꽃의막막함이이럴까요죽은시간을넘어굴러가는빈깡통들도소리조차..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수로여 수로여(1) 수로水路여 수로水路여(1) 홍해리(洪海里) 하나. 자화상 또는 타화상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하늘까지 오르고 바다 깊은 줄 모르고 바닷속까지 뭍 너른 줄 모르고 따끝까지 온몸에 불이 달아 싸돌던 여인 젊은이 늙은이 낮은 사내 높은 사내 제 서방 남의 서방 사내란 사내는 모두 수컷으로 만든 창녀중의..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동동 動動동동 홍해리(洪海里) 1 다 비어 있는 소리 요란한 고요 속에 둥둥둥 울리는 적막으로 읊는 노래여. 2 요즘 봄 가을이 어디 있나요 봄인가 하면 무더위 기승떠는 한여름이요 가을인가 하면 동장군 날뛰는 한겨울이니 이제는 사랑도 그렇지요 눈 맞았다 하면 불붙어 타오르고 결혼했다 하면 이혼이니..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백결가 百結歌백결가 홍해리(洪海里) 1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천지간 소리란 소리 다 모아서 곡을 지으리라 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는 누구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소리 하늘이 반주하고 산과 바다가 노래하는 곡을 엮으리라 가슴이 비어 있는 이 시대를 위하여. 2 떡을 치세 떡을 치세 쿠웅..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새나 되기 새나 되기 洪 海 里 청계천 새집들을 기웃거리다 지쳐 돌아온 저녁이면 옷깃에서도 온통 새소리가 묻어났다 자유의 비상을 갈망하는 피맺힌 울음소리 젖어 있다 굳어버린 체념의 날갯짓이 떨어진 꽃잎처럼 잠들어 꿈속에까지 들려오는 새소리는 노래였다 울음소리였다 새장 속의 한 마..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천상천하 天上天下 홍해리(洪海里) 삼면이 바다로 싸인 한반도처럼 한쪽은 벽, 삼면이 유리창인 숙직실 밤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침길 눈발이 천지 가득 휘날리었다 종점행 차내엔 오돌오돌 떠는 승객들 간밤엔 기온이 영하 20도로 떨어지고 온 세상이 적막 속에 하릴없이 잠들었다 방바닥은 절절절 끓어오..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
<시> 딸을 위하여 딸을 위하여 - 능동과 수동 홍해리(洪海里) 까막신에 물고기 은술잔이나 금반지 호박꽃 언저리 달빛 내리고 개짖는 소리 구름 속을 나는 학 한 마리 대야에 뜬 목화송이와 복숭아 볼 꿈을 꾸리.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200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