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 20

우이동사인방 : 네 마리의 소 / 임보

네 마리의 소 임 보林步 고불古佛 이생진李生珍은 물소포우抱牛 채희문蔡熙汶은 황소난정蘭丁 홍해리洪海里는 들소나 임보林步는 조그만 염소  * 우이동 사인방四人幇의 인물시다.고불은 섬에 미처 늘 물을 떠나지 못한 것이 마치 물소와 같다.포우는 이중섭의 그림 속에 나온 황소처럼 강렬해 보이지만 사실 양순하고,난정은 난과 매화를 즐기는 선비지만 들소와 같은 정력이 없지 않다.나 임보는 굳이 소라고 친다면 보잘것없는 염소라고나 할까.이분들의 아호는 내가 붙인 것이다. - 임보. * 늘 세속 너머를 바라다보고 있는 것 같은 임보 시인, 세속에서 말을 아끼고 그 말을 시로 풀어내는 것 같은 임보 시인은 ‘우이동 시인’ 혹은 ‘북한산의 시인’으로 불립니다.그와 함께 동인으로 모이는 ‘우이동 시인들’(임보, 이생진, 홍해..

춘분시春分詩 - 우이사호牛耳四皓

춘분시春分詩 - 우이사호牛耳四皓 임 보 후백后白 고불古佛 화산華山 난정蘭丁 우이동의 네 노인들이 모여 저녁 인수봉 바라다보며 수작이다 난정은 금년이 고희 화산은 난정의 두 해 위 고불은 화산의 10년 위 후백은 다시 고불의 10년 위다 크게는 20여 년의 연차가 있지만 시를 놓고 사는 이들이어서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낸다 말씀은 주로 망백望百을 지난 후백이 이끄는데 지용과 목월, 지훈과 미당을 넘어 굴원에까지 올라간다 滄浪之水淸兮(창랑의 물이 맑으면) 可以濯吾纓(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창랑의 물이 흐리면) 可以濯吾足(내 발을 씻으리라) 고불은 섬 얘기 난정은 난초 얘기 화산은 수석 얘기 주모는 부산하고 창 밖은 춘설이 분분 백매는 아직도 푸른 주먹을 쥔 채 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后白은..

詩化된 洪海里 2024.03.28

和答詩 : 임보 / 洪海里의 「섭囁」

섭(囁) 임보 글을 쓰는 후배가 고향엘 다녀오며 향토주라고 술을 한 병 가져다 주었다 40도의 증류주인데 이름이 참 특이하다 이라는 상표를 달고 있다 토란으로 술을 담가 증류한 것인데 이라는 별명으로 수출까지 한다지 않는가? ‘섭(囁)’이 ‘소곤거린다’는 뜻이니 ‘도란도란’으로 옮겨 쓰는 것도 무방해 보인다 먼 남쪽 지리산 밑 섬진강변 돌골짝―곡성(谷城) 고향 사람들이 만든 술이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섭― 격이 높은 술의 이름, 신선주처럼 운치가 있다 도란도란― 정다운 사람들이 도란거리며 마실 만도 하다 부디 세계적인 명주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를 좀 펴게 했으면 싶다 ================================================= 섭囁 - 도란도란 洪 海 里 술 마실..

홍해리洪海里(1942~, 충북 청주) / 이동훈(시인)

홍해리洪海里(1941-, 충북 청원) 다음은 란 제목의 임보 시인의 글이다. 세이천洗耳泉 오르는 솔밭 고개 바다만큼 바다만큼 난초蘭草밭 피워 놓고 한란寒蘭, 춘란春蘭, 소심素心, 보세報歲 흐르는 가지마다 그넷줄 얽어 구름을 박차고 하늘을 날다 빈 가슴에 시가 익으면 열 서넛 동자놈 오줌을 싸듯 세상에다 버럭버럭 시를 갈긴다. 졸시집『은수달 사냥』(1988)에 수록되어 있는 「난초 書房 海里」라는 글인데 난정에 대한 인상을 8행의 짧은 시 속에 담아 본 것이다. 그가 난에 심취한 것은 세상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때는 남도의 산하를 매 주말 누비며 채취해 온 기천 분의 춘란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집보다 넓은 온실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蘭丁’이라고 칭호한 것이다. 그러니 난정이 난을 ..

<화답시>량허란써징디엔 洋河藍色經典 : 洪海里 / 道隱 정진희

량허란써징디엔 洋河藍色經典 - 하이즈란海之藍홍 해 리  양하남색경전은 중국의 술이다해지람이란 상표가 시원하기 그지없다술을 보고 경전이라니,아니, 맞다!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살게 해 주는 게술보다 나은 게 없지48%짜리 차갑고 뜨거운 바다를임보 시인과 둘이서 다 퍼냈다바닥이 난 바다는 허무했다예수는 맨발로 바다를 건넜는데우리는 신발을 신은 채쪽빛 바다를 흔들리며 건넜다몸속에서 불이 타올라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주酒는 주主의 길을 그냥 가게 했다어쩌자고 바람은 온몸으로 불어오는지바다는 쪽빛으로 푸르고빈 바다가 술병에서 잠녀처럼휘익! 휘익! 울고 있었다. *량허란써징디엔 : ‘량허’는 술 이름, ‘란써‘는 남색이니,양주의 블르컬러, ’징디엔’은 經典. 즉 클래식, 양주 이름처럼 폼을 잡아 ‘량허‘, 즉..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의 표4의 글 / 임보(시인)

洪海里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의 표4의 글 난정蘭丁은 와불臥佛이 된 아내를 안고, 또한 시를 짊어지고 이미 희수喜壽의 고개를 넘어서 가고 있다. 어쩌면 시에 아내를 싸 메고 고행의 길을 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그의 삶― 치매행은 구도행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그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