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 18

춘분시春分詩 - 우이사호牛耳四皓

춘분시春分詩 - 우이사호牛耳四皓 임 보 후백后白 고불古佛 화산華山 난정蘭丁 우이동의 네 노인들이 모여 저녁 인수봉 바라다보며 수작이다 난정은 금년이 고희 화산은 난정의 두 해 위 고불은 화산의 10년 위 후백은 다시 고불의 10년 위다 크게는 20여 년의 연차가 있지만 시를 놓고 사는 이들이어서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낸다 말씀은 주로 망백望百을 지난 후백이 이끄는데 지용과 목월, 지훈과 미당을 넘어 굴원에까지 올라간다 滄浪之水淸兮(창랑의 물이 맑으면) 可以濯吾纓(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창랑의 물이 흐리면) 可以濯吾足(내 발을 씻으리라) 고불은 섬 얘기 난정은 난초 얘기 화산은 수석 얘기 주모는 부산하고 창 밖은 춘설이 분분 백매는 아직도 푸른 주먹을 쥔 채 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后白은..

詩化된 洪海里 2024.03.28

和答詩 : 임보 / 洪海里의 「섭囁」

섭(囁) 임보 글을 쓰는 후배가 고향엘 다녀오며 향토주라고 술을 한 병 가져다 주었다 40도의 증류주인데 이름이 참 특이하다 이라는 상표를 달고 있다 토란으로 술을 담가 증류한 것인데 이라는 별명으로 수출까지 한다지 않는가? ‘섭(囁)’이 ‘소곤거린다’는 뜻이니 ‘도란도란’으로 옮겨 쓰는 것도 무방해 보인다 먼 남쪽 지리산 밑 섬진강변 돌골짝―곡성(谷城) 고향 사람들이 만든 술이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섭― 격이 높은 술의 이름, 신선주처럼 운치가 있다 도란도란― 정다운 사람들이 도란거리며 마실 만도 하다 부디 세계적인 명주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를 좀 펴게 했으면 싶다 ================================================= 섭囁 - 도란도란 洪 海 里 술 마실..

홍해리洪海里(1942~, 충북 청주) / 이동훈(시인)

홍해리洪海里(1941-, 충북 청원) 다음은 란 제목의 임보 시인의 글이다. 세이천洗耳泉 오르는 솔밭 고개 바다만큼 바다만큼 난초蘭草밭 피워 놓고 한란寒蘭, 춘란春蘭, 소심素心, 보세報歲 흐르는 가지마다 그넷줄 얽어 구름을 박차고 하늘을 날다 빈 가슴에 시가 익으면 열 서넛 동자놈 오줌을 싸듯 세상에다 버럭버럭 시를 갈긴다. 졸시집『은수달 사냥』(1988)에 수록되어 있는 「난초 書房 海里」라는 글인데 난정에 대한 인상을 8행의 짧은 시 속에 담아 본 것이다. 그가 난에 심취한 것은 세상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때는 남도의 산하를 매 주말 누비며 채취해 온 기천 분의 춘란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집보다 넓은 온실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蘭丁’이라고 칭호한 것이다. 그러니 난정이 난을 ..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의 표4의 글 / 임보(시인)

洪海里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의 표4의 글 난정蘭丁은 와불臥佛이 된 아내를 안고, 또한 시를 짊어지고 이미 희수喜壽의 고개를 넘어서 가고 있다. 어쩌면 시에 아내를 싸 메고 고행의 길을 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그의 삶― 치매행은 구도행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그의 시..

시집『치매행致梅行』표사表辭 / 임 보(시인)

洪海里 시집『치매행致梅行』표사 시집『치매행致梅行』은 시인이 매달 10편씩 만들어 16개월 동안 월간《우리詩》에 연재한 작품들이다. 아내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경을 시인의 살과 뼈를 깎아 엮어낸 사랑의 시편들이다. 다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참회록懺悔錄이며 미리 기록해 둔 순애보殉愛譜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지아비가 한 지어미에게 쏟는 사랑의 경전經典이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경구警句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시사詩史에 오래 남을 빛나는 업적이 되리라 믿는다. - 임보 (시인) =================================== 시집『치매행致梅行』은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를 곁에서 돌보며 쓴 시인의 간병기다. 이는 은산철벽銀山鐵壁을 향한 기도의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