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날마다 무덤을 짓는다 해가 지면 문을 닫고 하루를 접는다 하루는 또 하나의 종점 나는 하나의 무덤을 짓는다 문 연 채 죽는 것이 싫어 저녁이면 대문부터 창문까지 닫고 다 걸어 잠근 고립무원의 지상낙원을 만드노니 둘이 살다, 셋, 넷, 다섯, 이제는 다들 떠나가고 나만 혼자, 홀로, 살다보니 집이 천국의 무덤이 되었다. ♧ 단현斷絃 줄 하나 끊어지니 천하에 소리가 나지 않네 내 귀가 먹은 것인지 내일 없는 어제가 가슴을 치니 잠이 안 와 괴롭고 잠들면 꿈으로 곤비하네 말이 안 되는 세상이라도 물 흐르듯 바람 일 듯 영혼은 이제 유목민으로나 두 집 건너 살아라 산산 강강 살아라 그렇게나 가야지 노량으로 가야지. ♧ 적멸보궁 밤새껏 폭설이 내린 이른 아침 부산한 고요의 투명함 한 마리 까치 소리에 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