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107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우리 주위엔 시인도 많고 좋은 시도 많다. 요염하게 반짝이는 시가 있다면 달빛처럼 차분한 시도 있다. 거친 파도처럼 출렁이는 시가 있는가 하면 먼 산처럼 고요한 시가 있고,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시와 살을 저미는 고통스러운 시가 함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시도 수시로 바뀐다. 주지적인 시와 서사적인 시가 한때의 기호물이었다면, 그리움을 노래하는 애틋한 연시에 심취되었던 것도 꽤 오랫동안이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서일까, 세상의 분주한 시보다는 인생의 정점을 넘어선 곳에 고요히 침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