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108

엽서

엽서洪 海 里시월 내내 피어오르는난향이 천리를 달려 와나의 창문을 두드립니다천수관음처럼 서서천의 손으로향그런 말씀을 피우고 있는새벽 세 시지구는 고요한 한 덩이 과일우주에 동그마니 떠 있는데천의 눈으로 펼치는묵언 정진이나장바닥에서 골라! 골라! 를 외치는 것이뭐 다르리오마는삐약삐약! 소리를 내며눈을 살며시 뜨고말문 트는 것을 보면멀고 먼 길홀로 가는 난향의 발길이서늘하리니,천리를 달려가 그대 창문에 닿으면"여전히묵언 정진 중이오니답신은 사절합니다!"그렇게 받아 주십시오그러나아직 닿으려면 천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시집『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우리 주위엔 시인도 많고 좋은 시도 많다. 요염하게 반짝이는 시가 있다면 달빛처럼 차분한 시도 있다. 거친 파도처럼 출렁이는 시가 있는가 하면 먼 산처럼 고요한 시가 있고,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시와 살을 저미는 고통스러운 시가 함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시도 수시로 바뀐다. 주지적인 시와 서사적인 시가 한때의 기호물이었다면, 그리움을 노래하는 애틋한 연시에 심취되었던 것도 꽤 오랫동안이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서일까, 세상의 분주한 시보다는 인생의 정점을 넘어선 곳에 고요히 침잠하..

[스크랩] 『푸른 느낌표!』

가늘고 하얀,부드럽고 조용한 구름이푸른 하늘에 흘러간다그대 시선을 모아구름이 희고 시원하게그대 푸른 꿈속을 지나가는 것을 행복하게 느껴보라 가벼운 구름 / 헤르만 헷세절망도 빛이 돌고슬픔도 약이 되는이 지상에 머무는며칠간내 곁을꽃자줓빛 그리움으로감싸주는그대의 눈빛아픔도허기가 져칼날로 번쩍이는이 맑은 가을날그리워라아아한줌의 적립(赤立) 이 맑은 날에 / 홍해리 도동항 막걸리집 마루에 앉아수평선이 까맣게 저물때까지바다만 바라봅니다두 눈이 파랗게 물들어바다가 될 때까지다시 수평선이 떠오를 때까지 바다에 홀로 앉아 / 홍해리-푸른느낌표! [2006]-  사람아사랑아외로워야 사람이 된다 않더냐괴로워야 사랑이 된다 않더냐개미지옥 같은 세상에서살얼음판 같은 세상으로멀리 마실갔다 돌아오는 길나를 방생하노니먼지처럼 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