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무교동 15 무교동 ·15 홍해리(洪海里) 대한민국의 자궁 서울의 클리토리스. 하늘로부터 낙낙히 나부끼는 천의 만의 꽃잎들 하늘의 하얀 깃발들 푸른 목덜미를 내놓은 채 낮의 미로를 헤매이다 밤의 절벽으로 음산한 침묵을 깨며 내려 앉는다 내려 앉는다 창백한 웃음소리들. 잠자리 날개같은 하루..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14 무교동武橋洞 ·14 홍해리(洪海里) 등 굽은 사내들이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다 여자들이 몰려나와 물 위에 그림을 그린다 하늘에 펼쳐지는 오색의 빛깔 휘황한 물빛에 익사한 사내들의 허기. 불빛소리 하나 떨어진다 무엇이 되랴 막힘없는 수 천의 불빛도 커단 하나의 불빛에 차단되고 ..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13 무교동 ·13 홍해리(洪海里) 불타는 혀들이 날아다니는 하늘 살 태우며 우는 모국어 하루살이처럼 울고 있는 천정의 까아만 연기 아래 까마귀 떼의 비상은 빛난다 느긋한 선회 한 바퀴 휘! 돌 때마다 문득 사라지는 지상의 끝 투명한 살의 여자들이 잃어버린 말과 귀를 주워 옥상에 펄럭이..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12 무교동 ·12 홍해리(洪海里) 아스팔트와 시궁창으로 내리는 자정의 불빛 숨을 자들 다 숨어버리고 오줌 먹은 담벼락과 오물찌꺼기가 텅 빈 도시를 지킬 때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 달빛이 부끄러움에 고갤 돌린다 지천으로 내리던 섣달의 별의 가슴 꽁꽁 얼어붙은 플라타너스 뿌리 은행나..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11 무교동 ·11 홍해리(洪海里) 혼자 걸어도 하나 둘이 달려도 하나 밀려가며 뒤를 보면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길에 이는 먼지와 누런 구름장의 교접으로 천의 방언을 지껄이며 내리는 빗소리 비어 있는 귀로 달려가는 병든 말의 갈기가 진달래 피는 여자들의 입술에 타고 굳을대로 ..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10 무교동 ·10 홍해리(洪海里) 어둠의 입술은 탄다 막강한 새벽의 나팔소리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새벽 우리들은 만리허공의 한 송이 풀꽃 부질없는 구름과 비와 바람의 꿈. 마른 번개가 번쩍이며 병동의 흰 벽을 두드리고 숱한 꽃송이들이 잠 속에서 밀려오는 서쪽의 해일로 허물어지고 있었..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9 무교동 ·9 홍해리(洪海里) 해가 지고 달빛에 익사하는 살아 있는 모래알들 백색 깃발을 흔들며 젖어 있는 모래알들. 모래알이 모래알과 얼리는 그 속에서도 우리들의 눈은 황홀하고 우리들의 귀는 뜨겁고 맵다. 살 있는 것 피 있는 것 모두 버리고 비인 것만 가득 우리들의 것. 가는 것을 ..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8 무교동 · 8 홍해리(洪海里) 허수아비들이 집을 짓고 있다 망치소리 요란하게 허무의 집을 짓고 있다 낮과 밤 사이 투명한 유리의 집을 짓고 있다 갇혀 있던 우주가 펼쳐지고 무의식의 변두리를 돌아 새벽이 오면 세계지도는 바뀌어져 있다 하얀 캔버스 위 찬란한 지도 텅텅 빈 가슴을 쓸..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7 무교동 · 7 홍해리(洪海里)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모래와 모래 사이에서 안개와 안개 사이에서 불길과 불길 사이에서 노을과 노을 사이에서 이슬과 이슬 사이에서 어둠과 어둠 사이에서 파도와 파도 사이에서 천둥과 천둥 사이에서 달빛과 달빛 사이에서 번개와 번개 사이에서 재와 재 ..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
<시> 무교동 6 무교동 · 6 홍해리(洪海里) 하루의 해일에 밀린 사내들이 지쳐 시든 꽃밭으로 흘러들 때 갈길은 멀고 행선은 더뎌도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흐느낌으로 가득한 도시 허무하고 허무한 도시여 비어 있는 신부들은 그냥 비워두고 나팔꽃은 피고 나팔꽃은 벙글다 진다 뒤채이는 저문 골목의 .. 시집『무교동武橋洞』1976 200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