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저리타임InjuryTimes, 2026.01.22.
<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 · 126>
마지막
洪 海 里
11월은 둘이 하나 하나가 되는 달
11일은 둘이 평행선을 이루는 날
2020년의 이 날 오후
아내의 애잔하고 애절한 눈빛을 보고
오랜 눈맞춤을 했다
삼 년 반 누워 있는 동안 아내는 자주 눈을 깜박였다
깜박깜박 깜박이다
깜박대고 깜박거리곤 했다
그런데
이 날은 전혀 깜박임이 없이 계속 쳐다만 봤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같이
마지막으로 보는 것처럼
왜 그러느냐 해도 올려다보기만 했다
한참 눈맞춤을 하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
눈물 한 방울 훔쳐 감추었다
그러고 나서
몇 시간 지난 다음날인 12일
새벽 두 시 반
아내는 내 곁을 떠나갔다
손이라도 한번 잡아줄 것을
볼이라도 쓰다듬어 줄 것을
애이불비 애이불비
哀而不悲!
- 시집『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북인, 2025).
<해설>
시각적으로 1과 1이 붙은 아라비아 숫자 11을 보면서 시인은 11월을 '둘이 하나
하나가 되는 달'이라고 하고 1과 1이 나란하다고 하여 '11일은 둘이 평행선을
이루는 날'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이별과 만나지 못하는 죽음을 의미한다. 하나의
1이 떠나고 남은 1과는 생과 사의 평행선에서 머무는 것이다.
'애잔하고 애절한 눈빛을 보고/ 오랜 눈맞춤을' 한 시인의 아내는 병석에서 '삼 년 반
누워 있'었고 자주 눈을 깜박이던 분이었는데 그날 오후는 '전혀 깜박임 없이 계속
쳐다만 봤다'고 한다. 마치 '다시는 보지 못할 것같이/ 마지막으로 보는 것처럼.'
시인은 이상한 예감이 들어 '눈물 한 방울 훔쳐 감'춤으로 죽음을 예상했고, 그분은
몇 시간 뒤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평생 함께 살다가 남은 시간이 없어서 눈깜박임조차
하지 않고 남편을 마지막으로 오래 바라본 것이다.
그 시선 속에 가지고 갈 마지막 잔상.
시인은 '손이라도 한번 잡아줄 것을/ 볼이라도 쓰다듬어 줄 것을'이라며 마지막 아쉬움을
말하면서 '애이불비 애이불비/ 哀而不悲!' 한다. 속으로는 슬프지만 겉으로 슬픔을
나타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홍해리 시인의 슬픔을 억누르는 방식이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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