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자선 대표작 10편>
투망도投網圖
무시로 목선을 타고 |
- 시집『投網圖』(1969) |
다시 가을에 서서
샐비어 활활 타는 길가 주막에 화사기花史記
난초꽃 한 송이 벌다
처서가 찾아왔습니다 그대가 반생을 비운 자리에 난초 피어 깊이깊이 가슴에 들어와 안깁니다. 아프게 피었습니다. - 시집『愛蘭』(1998) | |||||
봄, 벼락치다 겨우내 다독였던 몸뚱어리 문 열고 나오는 게 춘향이 여부없다 아련한 봄날 산것들 분통 챙겨 이리저리 연을 엮고 햇빛이 너무 맑아 내가 날 부르는 소리, 새 날개 위에도 꽃가지에도 한자리 하지 못하고 잠행하는 바람처럼 마음의 삭도를 끼고 멍이 드는 윤이월 스무이틀 이마가 서늘한 북한산 기슭으로 도지는 화병, - 시집『봄, 벼락치다』(2006)
가을 들녘에 서서
- 시집『푸른 느낌표!』(2006)
호박
한때는 푸른 기운으로 이리저리 손 흔들며 죽죽 벋어나갔지 - 시집『황금감옥』(2008) 방짜징
죽도록 맞고 태어나 평생을 맞고 사는 삶이러니,
수천수만 번 두들겨 맞으면서 얼마나 많은 울음의 파문을 새기고 새겼던가 소리밥을 지어 파문에 담아 채로 사방에 날리면 천지가 깊고 은은한 소리를 품어 풀 나무 새 짐승들과 산과 들과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가슴속에 울음통을 만들지 않는가 바다도 바람도 수많은 파문으로 화답하지 않는가 나는 소리의 자궁 뜨거운 눈물로 한 겹 한 겹 옷을 벗고 한평생 떨며 떨며 소리로 가는 길마다 울고 싶어서 지잉 징 울음꽃 피우고 싶어 가만히 있으면 죽은 목숨인 나를 맞아야 사는, 맞아야 서는 나를 때려 다오, 때려 다오, 방자야! 파르르 떠는 울림 있어 방짜인 나는 늘 채가 고파
너를 그리워하느니 네가 그리워 안달하느니! - 시집『비밀』(2010)
수련睡蓮 그늘 수련이 물위에 드리우는 그늘이 천 길 물속 섬려한 하늘이라면 칠흑의 아픔까지 금세 환해지겠네 그늘이란 너를 기다리며 깊어지는 내 마음의 거문고 소리 아니겠느냐 그 속에 들어와 수련꽃 무릎베개 하고 푸르게 한잠 자고 싶지 않느냐 남실남실 잔물결에 나울거리는 천마天馬의 발자국들 수련잎에 눈물 하나 고여 있거든 그리움의 사리라 어림치거라 물속 암자에서 피워올리는 푸른 독경의 소리 없는 해인海印을 무릎 꿇고 엎드려 귀 기울인다 한들 저 하얀 꽃의 속내를 짐작이나 하겠느냐 시름시름 속울음 시리게 삭아 물에 잠긴 하늘이 마냥 깊구나 물잠자리 한 마리 물탑 쌓고 날아오르거든 네 마음 이랑이랑 빗장 지르고 천마 한 마리 가슴속에 품어 두어라 수련이 드리운 그늘이 깊고 환하다. - 월간《우리詩》(2011. 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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