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13

완정完精

완정完精 洪 海 里  살아 있는 악기도 세월은 어쩔 수 없다완벽한 것이 어디 있는가영원이란 게 있기는 한가봄 여름 가을의 꿈이 다 말라붙은 후한겨울에 드디어 나무는 완정完精을 이룬다. 세상과 세월이 나무의 속을 둥글게 채웠으니잎이 다 졌다고 그냥 간 것이 아니다텅 빈 나무 한 그루 죽은 듯 운다, 완정이다들리지 않는 소리 흰 구름 따라유유자적 바람의 세월을 가고 있다.  * 또 한 해가 왔다.뱀띠인 내가 몇 번째 맞는 띠해인 것인가!사람의 한평생이 참으로 벌것 아니다.한 해가 네 계절, 열두 달, 삼백예순다섯 날로 끝나지 않는가!이제부터 나는 '나무띠'로 살고 싶다.띠 가운데 나무띠는 없으니 나 혼자 사용하기로 하자.나무 중에 참나무가 좋다.

봉은사 화요정기법회 법문 /불기 2568년 11월 5일

봉은사 화요정기법회 법문 / 공일스님[불기 2568년 11월 5일 화요정기법회]오늘 법회 시작하기 전에 시 한 편 읽어드리겠습니다.홍해리 시인의 ‘가을 들녘에 서서’라는 제목의 시입니다.“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다 주어 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이 시인은 '가을 들녘에 서서' 우리 내면의 아름다움, 황홀함을다시 한 번 깊이 보려면 자기 자신을 텅 비워 내려놓아야 한다 생각한 것 같아요.서울청 근처 광화문일대는 각종 행사 뿐만 아니라평소에도 집회가 많이 있어서 경찰관분들 많이 바쁘실 듯합니다.우리 불자님들 '가을 들녘에 서서' 내 삶을, 내 생각을 비워내면서 우리 내면을,또 바깥..

춤洪 海 里  나비의 꿈을 엮다나비가 되는 일노래를 엮다노래가 되고학을 흉내내다 학이 되는 일사위 속에 멈추고정지 중에 이어지는찰나와 영원솟구치고 가라앉는흐름과 멎음물소리 그러하고바람소리 그러하고불길이 모여빛으로 흘러가는지상의 이 순간영원을 타고 앉아손끝에 피워 내는꽃 한송이빙그르르도는우주.                                                              - 洪海里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작가정신)      * 김정순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 2025.01.28. 철원평야.

백결가百結歌

백결가百結歌 洪 海 里1있으면 있는 대로없으면 없는 대로천지간소리란 소리다 모아서곡을 지으리라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는누구도 들어 본 적이 없는미지의 소리하늘이 반주하고산과 바다가 노래하는곡을 엮으리라가슴이 비어 있는이 시대를 위하여.2떡을 치세 떡을 치세쿠웅 따악 쿠웅 따악떡을 치세 떡을 치세이 떡을 쳐 누굴 주나맘씨 고운 이웃들과고루고루 나눠 먹세해가 지고 바뀌어도인정만은 변치 마세있는 놈은 있는 대로없는 놈은 없는 대로변함없는 세상살이그 누구를 원망하랴금방아로 은방아로있는 놈들 방아타령요란한들 무엇하며배고프고 괴로운들이 내 팔자 별수없네달을 따다 떡을 빚고별을 따서 떡을 치세바람 잡아 곡조 짓고마주앉아 가난 타니곡조마다 가슴 치네집안 가득 동네 가득나라 가득 하늘까지해 저무는 길목에서동터오는 고샅..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에서* https://jeomgui.tistory.com 에서 옮김. [시를 읽는 아침] • 홍해리 - 중도일보 2007.09.18.버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요?말이야 쉽게쉽게 건네지만 정작 버려야 할 때는 이것저것 걸리지 않는 게 없고,모두 알토란같은 소중한 것이 되는 것이지요.남들에게 비웠다고 존경 받고 싶은 것은 눈먼 내 생각일 뿐이지요.아무리 정장을 해도 풍찬노숙의 방랑자만도 못한 것은모두 버리지 못하고 몇 가닥이라도 붙잡고 있는 욕심 때문이지요.그..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시가 전하는 말  홍해리의 시 「가을 들녘에 서서」는 마음을 비움으로써 얻는 내면의 충만함과 평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삶의 본질과 아름다움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1.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첫 구절은 감각을 초월한 세계를 암시합니다. 시각과 청각처럼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감각을 차단하면, 오히려 편견없이 모든 것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