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일 세상 사는 일 洪 海 里 혼자 저녁을 먹고 오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을사 정월 초닷새 초승달이 떠 있다 집 뒤 삼각산은 눈을 쓰고 있어나이를 몇 살 더 먹은 듯하나 힘은 더 세어 보인다 사람 사는 일너나 나나 별것 없다초승달도 금세 그믐달이 되고 만다 물은 흘러가고불은 타오르고영원한 것은 없어 살맛나는 것 아닌가.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28
너에게 띄운다 너에게 띄운다洪 海 里 입때껏살아온 것이오로지 나를오직 나만을기껏 나를 위한이일공사利壹公社였다. 이제남은 것은언제어디서어떻게가느냐 하는 것뿐. 결국인생이란아무것도 아닌아무것도 없는 것이로구나 하는달랑엽서 한 장. 너에게 띄운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21
효자손 효자손洪 海 里 너를 보면 불쑥 등이 가렵다손 닿지 않는 곳부터아닌 데 없이왠지 갑자기 온몸이 스멀스멀 가려워진다간질간질 근질근질자리자리 저리저리등 비빌 언덕도 없는 세상인데칠락팔락하는 가려움에효자가 따로없다시원해라 시원해박박벅벅 긁어 다오, 효자손! * 손 닿지 않는 곳이 가장 가렵다. 왜? 박박벅벅 긁으면서 시원하게 살아야겠다. 효자손, 고맙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18
해오라비난초 해오라비난초洪 海 里 완벽한 정지 비행 따를 자 있겠느냐 무한 천공 나는 데도 자취 하나 없나니 순백의 날개 펼쳐 천지를 다 품었구나 찰나가 곧 영원이니 날아라 해오라비!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14
삵 삵洪 海 里 소요산에서 삵을 만나고 온 날밤이었다갑자기 살쾡이가 앞에 나타났다금세 달려들 기세였다땅바닥의 쇠몽둥이를 집어들려는 순간매섭고 날쌔게 덮쳐왔다깜짝 놀라 오른발을 내지르는 찰나"앜!"춘·몽·일·장春夢一場이었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11
봄바람 분다 봄바람 분다洪 海 里 봄이라고 명지바람 실바람만 불겠느냐 꽃샘바람 살바람에 꽃 다 떨어지것다 여우가 눈물 흘리고 김칫독은 깨지고 설늙은이 꽃 구경은커녕 얼어죽것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06
별꽃 별꽃洪 海 里 가까이 있는 꽃은 향기로워 소중하고멀리 있는 별은 아득해서 아름답거니 네 사랑은 꽃이고 별이거라하얀 꽃이고 푸른 별이거라 가까이 있어 소중하고아득해서 아름다운 것만 아니니 꽃은 별이 되어 반짝이고별은 꽃으로 향기로운 사랑이거라.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03
삼월에게 삼월에게洪 海 里 이월이 보내느라 애 많이 썼네 사월이 오기 전에 할 일이 많다 봄이 그냥 오는 게 아니지 않니 이제는 해방이다, 푸른 하늘아! * 자정(2월 28일과 3월 1일 사이)에 잠이 깼다.기미년의 3월을 맞이하는 것인가.그날의 함성이 들리는 듯 귀가 환해졌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01
시와 시인과 시집 시와 시인과 시집洪 海 里 나의 시는 내 발자국돌아보면 발자국마다 눈물이 피었다 날 따라온 아픔의 꽃그게 나의 시였다 꽃송이가 날아올라 집이 되었다집집에 시집이란 문패를 달아 주었다 웃음소리 넘쳐나는 집도 있지만텅텅 빈 집이 더 많아 보인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01
시인 시인洪 海 里 '18년이 지나갔다'라 쓰고 '열여덟 해가 지나갔다'라고 읽는다 시를 쓴 지 몇 년인가 해가 뜨고 지지 않았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