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立春 / 한잔술, 立春

洪 海 里 2013. 1. 20. 08:33

 


 
 

 

입춘立春

 

洪 海 里

 

 

겨우내 조용하던 햇살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깜짝 놀란 강물이

칼날을 번쩍이며 흘러가고

죽은 듯 움츠려 있던 나무들이

무거운 잠을 눈썹 끝에 달고

연초록 깃발을 꽂으며

시동을 걸고 있다

새들도 솜털깃을 털어내며

아름다운 전쟁 준비에 한창,

문득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타인도 정다운,

죄 될 것이 없는

그리운 남쪽 나라

멀리서 오는 이의 기침소리가 선다.

 


 

 

 

 

한잔술, 立春

洪 海 里

 


새싹을 끌어올리는
잔잔한 햇살의 울력,
침묵의 계절은 가고
말씀으로 빚은 유정한 소식 없어도
기막힌 일 아닌가
아른아른 아지랑이 서로 홀려
살아 있는 것들 떠나고 돌아오고,
한잔술에 기운을 돋우고 나면
폭군의 광기와 집착도 별것 아냐
뜻대로 되는 게 없다고
따뜻한 남쪽만 그리워하랴
어차피 삶이란 비수의 양면,
보라
지금 여기 머리 내미는
싹싹한 자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