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7일 토요일, 맑음
요사이 우리집 뜨락은 신나는 봄꽃 축제다. 내가 옮기거나 씨 뿌린 일도 없는 꽃들이 고맙게 자리를 잡고 각자 돌아가며 ‘나 여기 있다!’며 꽃을 피운다. 그 중 실하게 꽃대를 마련하는 금강초롱이 꽃필 날을 잡는데, 홍해리 시인은 오늘 페북에 그 '금강초롱'을 이렇게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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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은 해마다 곱게 피어서
금강경을 푸르게 설법하는데
쇠북은 언제 울어 네게 닿을까
내 귀는 언제 열려 너를 품을까.
너를 향해 열린 빗장 지르지 못해
부처도 절도 없는 귀먹은 산속에서
꽃초롱 밝혀 걸고 금강경을 파노니
내 가슴속 눈먼 쇠북 울릴 때까지.
- 홍해리, “금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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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끝에 오늘 ‘북한산 시화제(詩花祭)’를 한다고 올렸기에 보스코에게 참석하겠냐 물으니 기꺼히 OK! 그는 늘 시를 가까이 하고 벼갯머리에서 아내에게 시를 읽어주는 걸 큰 취미로 삼는다. 그러니 모처럼 서울에 와서 그 많은 시인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어찌 마다하겠나?
이틀간 시나브로 세수를 한 앞산 북한산이 모처럼 깨끗하고 산뜻한 얼굴이다. 우이천도 물이 늘어 흐르는 가락이 제법 흥겹다. 개천변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걸으며 정면으로 도봉산을 바라보다 오형제봉 한 바위가 성모님 같다더니, 옆으로 인수봉은 늙은 할베로 보인다고, 콧구멍까지 보이지 않느냐고 신나 한다, 소풍가는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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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을 끼고 한참 올라가면 약수터가 있는데 그동안 가물어서 약수는 안 나오지만 물철쭉은 가뭄 속에서도 연분홍 꽃을 곱게도 피웠다. 예전에 정선생님네가 이웃에 살 때, 우리 뒷산에도 연분홍 물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면 우리 4인방, 정섐아줌마, 채섐부인, 정민엄마, 나, 이렇게 넷은 뒷산에 삽을 들고 올라가 나무나 꽃들을 캐다가 ‘집안에다 자연 보호!’를 했다.
그때 가져 왔던 꽃나무들은 긴 세월에 떠나간 아줌마들과 함께 자취도 없다. 그런데 북한산에도 물철쭉은 개체가 많이 줄었고 그 많던 우리 뒷산의 물철쭉은 아예 사라졌는데 시화제 자리에서 그립던 옛 벗님을 만나다니 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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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우리 임보 시인과 홍해리 시인이 보이자 심봉사 심청이 보듯 반가웠다. 거의 50명 가까운 시인들이 모였고 시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간직한 분들이기에 옛 사람들은 옛정으로 애틋했고 새로 만난 분들도 오랜 벗들처럼 푸근하다. 1987년부터 봄가을로 이어오는 모임이고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시원한 산공기처럼, 해맑은 시냇물처럼 삶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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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이 시화제에 참석하러) 달려 오셨다는, 최근 백수가 된 김시인이 ‘자연(自然)과 시(詩)의 선언(宣言)’을 읽었다. 요약하자면 "자연은 생명의 뿌리요 삶의 터전이다. 모든 생명체는 어머니인 자연의 품속에서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네 생명의 젖줄인 자연을 섬겨라! 사람들이여, 자연을 사랑하는 시의 마음을 어서 일깨우라. 그대의 아름다운 심성이 암담한 절망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리라. 꽃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시요. 시는 사람이 피운 아름다운 꽃이다." 라는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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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과 노래, 창과 연주 시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재주에 흠뻑 빠져 놀다 오후 약속이 있어 좀 일찍 일어나며 함께 더 있지 못해 아쉬웠다. 나 역시 내일 손님맞이 준비로 바빴고, 보스코는 수유역에 나가 라틴문학을 하는 젊은 학자들을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그들의 학술활동을 듣는 모임을 갖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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