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2019 三角山詩花祭 (2019.04.27.)

洪 海 里 2022. 6. 28. 06:34

2019년 4월 27일 토요일, 맑음

 

요사이 우리집 뜨락은 신나는 봄꽃 축제다. 내가 옮기거나 씨 뿌린 일도 없는 꽃들이 고맙게 자리를 잡고 각자 돌아가며 ‘나 여기 있다!’며 꽃을 피운다. 그 중 실하게 꽃대를 마련하는 금강초롱이 꽃필 날을 잡는데, 홍해리 시인은 오늘 페북에 그 '금강초롱'을 이렇게 읊었다.

 

 

 

초롱꽃은 해마다 곱게 피어서

금강경을 푸르게 설법하는데

쇠북은 언제 울어 네게 닿을까

내 귀는 언제 열려 너를 품을까.

 

너를 향해 열린 빗장 지르지 못해

부처도 절도 없는 귀먹은 산속에서

꽃초롱 밝혀 걸고 금강경을 파노니

내 가슴속 눈먼 쇠북 울릴 때까지.

- 홍해리, “금강초롱”

 

 

 

 

 

글 끝에 오늘 ‘북한산 시화제(詩花祭)’를 한다고 올렸기에 보스코에게 참석하겠냐 물으니 기꺼히 OK! 그는 늘 시를 가까이 하고 벼갯머리에서 아내에게 시를 읽어주는 걸 큰 취미로 삼는다. 그러니 모처럼 서울에 와서 그 많은 시인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어찌 마다하겠나?

 

이틀간 시나브로 세수를 한 앞산 북한산이 모처럼 깨끗하고 산뜻한 얼굴이다. 우이천도 물이 늘어 흐르는 가락이 제법 흥겹다. 개천변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걸으며 정면으로 도봉산을 바라보다 오형제봉 한 바위가 성모님 같다더니, 옆으로 인수봉은 늙은 할베로 보인다고, 콧구멍까지 보이지 않느냐고 신나 한다, 소풍가는 아이처럼.

 

 

 

 

 

 

 

‘초가집’을 끼고 한참 올라가면 약수터가 있는데 그동안 가물어서 약수는 안 나오지만 물철쭉은 가뭄 속에서도 연분홍 꽃을 곱게도 피웠다. 예전에 정선생님네가 이웃에 살 때, 우리 뒷산에도 연분홍 물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면 우리 4인방, 정섐아줌마, 채섐부인, 정민엄마, 나, 이렇게 넷은 뒷산에 삽을 들고 올라가  나무나 꽃들을 캐다가 ‘집안에다 자연 보호!’를 했다. 

 

그때 가져 왔던 꽃나무들은 긴 세월에 떠나간 아줌마들과 함께 자취도 없다. 그런데 북한산에도 물철쭉은 개체가 많이 줄었고 그 많던 우리 뒷산의 물철쭉은 아예 사라졌는데 시화제 자리에서 그립던 옛 벗님을 만나다니 너무 반가웠다.

 

 

 

멀리서부터 우리 임보 시인과 홍해리 시인이 보이자 심봉사 심청이 보듯 반가웠다. 거의 50명 가까운 시인들이 모였고 시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간직한 분들이기에 옛 사람들은 옛정으로 애틋했고 새로 만난 분들도 오랜 벗들처럼 푸근하다. 1987년부터 봄가을로 이어오는 모임이고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시원한 산공기처럼, 해맑은 시냇물처럼 삶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모임이다.

 

 

 

 

 

 

 

 

 

광주에서(이 시화제에 참석하러) 달려 오셨다는, 최근 백수가 된 김시인이 ‘자연(自然)과 시(詩)의 선언(宣言)’을 읽었다. 요약하자면 "자연은 생명의 뿌리요 삶의 터전이다. 모든 생명체는 어머니인 자연의 품속에서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네 생명의 젖줄인 자연을 섬겨라! 사람들이여, 자연을 사랑하는 시의 마음을 어서 일깨우라. 그대의 아름다운 심성이 암담한 절망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리라. 꽃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시요. 시는 사람이 피운 아름다운 꽃이다." 라는 요지다.

 

 

 

 

 

 

시낭송과 노래, 창과 연주 시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재주에 흠뻑 빠져 놀다 오후 약속이 있어 좀 일찍 일어나며 함께 더 있지 못해 아쉬웠다. 나 역시 내일 손님맞이 준비로 바빴고, 보스코는 수유역에 나가 라틴문학을 하는 젊은 학자들을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그들의 학술활동을 듣는 모임을 갖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