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피면 찬 하늘에 피리 소리
가슴속에 절을 짓고, 달 빛을 맞네
달빛 젖어 흔들리는 빛나는 소멸
피리구멍마다 맨살의 무지개 피네
매화 피면 / 홍 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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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뿐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속에 접혀있네
해마다
첫 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속에 묻어 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 오르네
꽃 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매화 앞에서 / 이 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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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 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지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 용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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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다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서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은
싫지 않다 하더라
매화송(梅花頌) / 조 지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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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처럼 곱고 서리처럼 빛이 나서
이웃까지 비추니
뜰 한구석에서 섣달의 봄을 독차지 했구나
번화한 가지 반쯤 떨어져 단장이 거의 스러진 듯
갠 눈이 갓 녹아 눈물 새로 머금었네
찬 그림자는 나직이 금정의 해를 가리웠고
싸늘한 향내는 가벼이 옥창의 먼지를 감췄구나
내 고향 시냇가 몇 그루
서쪽으로 만리길 떠난 사람 기다리리
-한국최초의 매화시-
정매 (庭梅) / 최 광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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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둥그렇게 겉면을 싸고 있고
돌돌 뭉친 지구가 그 중앙에 위치하여
아무리 교활해도 그 그물을 못 벗어나는데
누린것을 굳이 찾아 새는 주머니 채운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