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14

목백일홍

목백일홍洪 海 里  어디선가배롱배롱 웃는 소리가 들렸다해질녘 저 여자홀딱 벗은 아랫도리 거기를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깔깔깔서편 하늘로빨갛게 오르는 불을 끄려제 발 저린 바람은 손가락 볼우물을 파고제 마음 뜸 들일 새도 없이추파를 흘리는 여자자리자리 꺄륵꺄륵 거리며포롱포롱 날아오르는저 여자 엉덩이 아래에 깔리는 그늘도 빨개몸이 뜨거워져 설레는 것은내가 아닌가 몰라.- 꽃시집 『금강초롱』(2013, 도서출판 움)

2025~2026 우리시회 집행부

2025~2026 우리시회 집행부                                  * 2024. 12. 21. 15:00~17:00  시수헌詩壽軒          2024~2025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 제10대 이사장 : 전선용* 출판기획국장 : 여국현. * 재정국장 : 이상욱(오명현). *홍보국장 : 여 연.* 시낭송국장 : 최대남.* 감사 : 이화인, 김미외.        월간 《우리詩》* 편집주간 : 여국현* 편집위원 : 김나비, 김정범, 김정원, 김창희, 백수인, 여연, 장수철, 장우원       역대 이사장*초대, 2대 : 홍해리(2007~2010). *3대 : (임동윤/조병기)2011~2012.*4, 5, 6대 : 홍해리(2013~2018). *7, 8대 : 임채우(2019~20..

바람의 세월

바람의 세월 洪 海 里  뒤돌아보면바람은 늘 한 쪽으로만 불었다 내가 하기보다네가 하기를 바랐고내가 해 주기보다네가 해 주기만 바랐다 그러다 보니바람 부는 날 가루 팔러 다니며바람을 잡아매려 하고그림자를 잡으려 들기 일쑤였다 바람 따라 돛도 달고바람 보고 침도 뱉으랬거늘바람벽에 돌이나 붙이려 했으니어찌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으랴 바람 안 부는 곳이 없고바람 앞의 티끌임을 내 어찌 몰랐을까.

지하철 시편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산책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살아 있는 책이다발이 읽고눈으로 듣고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느릿느릿,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한 발 한 발.   - 시집『독종』(2012, 북인) 산책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줄 줄만 아는 산 책..

12월 2024

12월 2024 洪 海 里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데잘난 사람들이 이리 많은 걸 보니난세는 난세인 모양이로고이제까지 태평성대라서 조용했던가저 인물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모를 일, 정말 모를 일이로다나라가 평화롭고질서가 잡혀 있고전쟁 위협이 없었던 것인가이제 군웅이 할거하려는 걸 보니나라가 바로 설 것인가아니면 망할 것인가국민을 위한 나라일까국민에 의한 나라일까진정 국민의 나라일까모를 일, 진정 모를 일이로다입만 열면 국민, 국민을 위하고자유 민주주의 경제요 외교인가한 해가 저무는데이러다 한 나라가 저무는 건 아닌지대한민국이여, 대한국민이여어디로 가고 있는가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새가 운다

* 때까치 : 홍철희 작가 촬영. 2024.12.12. 새가 운다  洪 海 里비둘기는나라를 구하라!"구국求國, 구국!" 울어 대고.법으로 다스려라!"법국法國, 법국!" 울어 쌓는뻐꾸기.나라를 일으켜 세워라!"부흥復興, 부흥!" 울음 우는부엉이.까마귀는정신 좀 차려라!"각각覺覺, 각각!" 울부짖는데,새대가리라 욕하지 마라,새만도 못한 인간들,정치꾼들아! * 약력 : 충북 청주 출생.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어 등단함. (시집)『황금감옥』『독종毒種』『금강초롱』『치매행致梅行』『매화에 이르는 길』 외 다수와 시선집 『洪海里 詩選』『비타민 詩』『시인이여 詩人이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가 있음. 도서출판 움 대표, 월간《우리詩》 발행인.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월간 《牛耳詩》는 2007년 1월호부터 《우리詩》로 개제하여 2024년 12월 현재 438호에 이름.)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