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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세계, 자연과 흡사"

洪 海 里 2008. 5. 22. 06:04

▼몽골 시인 루브산도르지 울지투그스▼

 

돈-명예 관심없고 그저 글이 좋아

한국의 형형색색 단풍에 넋 잃어

 


루브산도르지 울지투그스(사진).

19일 만난 발음도 어려운 이 몽골 시인은 참 ‘단아’했다. 언어는 달라도 얼핏 한국인 같은 옅은 미소. “시인으로 사는 것은 배고프지만 행복한 일”이라는 말투에서 엿보이는 문인의 자부심도 비슷했다. 하늘과 바람, 대지와 별을 사랑한다는 이국 시인의 마음은 묘한 공명의 울림을 줬다.

―지난해 국내에 시집 ‘나뭇잎이 나를 잎사귀라 생각할 때까지’(이룸)가 출간됐다.

“내 시집이 ‘솔롱고스’에서 나오다니 너무 기뻤다. 아, 몽골에선 한국을 솔롱고스, 무지개 나라라 부른다. 2002년 첫 방문 때 이유를 깨달았다. 가을 무렵이었는데 형형색색 단풍에 한참 넋을 잃었다. 몽골로 돌아가면서 딱 하나 가져간 게 단풍잎이었다. 지금도 내 시집에 꽂아뒀다.”

―제목의 잎사귀와 단풍, 묘하게 잘 어울린다.

“난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평생 꿈이 복잡한 인간사를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사는 것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요구하는 게 없다. 그냥 주기만 한다. 시인의 세계는 자연과 흡사하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시인은 돈이나 명예에 관심 없다. 그냥 글이 좋고 자연이 좋다. 시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번역이라 짐작하기 어렵지만, 몽골 전통 시 어법을 구사한다던데….

“옛 시도 많이 참조한다. 몽골 시는 두운을 맞추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몽골인은 유목민족이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떠돈다. 그리고 대자연 속에서 시를 지어 노래한다. 그 마음을 잇는다는 측면에선 내 시는 전통 시다.”

―몽골 대표신문 ‘아르딩 에르흐’의 기자였다고 들었다.

“기자 생활도 나쁘진 않았다. 직업이 있으니 돈에 여유가 있더라.(웃음) 몽골도 시인을 ‘배고픈 직업’이라 부른다. 하지만 문학엔 세상 모든 게 들어 있어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없다. 다만 최근 문학주간지를 창간했다. 시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로 언론은 소중하다.”

―시를 읽는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언제나 자연과 함께하길. 그 속에 시도 있다.”

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