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시> 인수봉을 보며

洪 海 里 2008. 7. 28. 06:52

 

인수봉을 보며

 

洪 海 里

 

 

 

봄이 오면 풀잎이 돋아나듯이
느글대는 피를 어쩔 수 없다
문득 차를 타고
4·19탑 근처를 서성거리다
인수봉을 올려다보면
그저 외연한 바위의 높이
가슴속 숨어 있는 부끄러움이
바람따라 똑똑히 되살아난다
백운대를 감고 도는 흰 구름장
벼랑에 버티고 선 작은 소나무
어둔 밤이 와도 움쩍 않고
서늘한 바람소리로
가슴속 검은 피를 느글대게 한다
부끄러운 나의 피를 돌게 한다
저 바위 아래 그늘 속
이름없는 풀꽃도
때가 되면 스스로 피어나는데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나의 피여.

 

(시집『우리들의 말』1977)

 

'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그리움을 위하여  (0) 2008.07.28
<시> 안개꽃  (0) 2008.07.28
<시> 무교동武橋洞 · 1  (0) 2008.07.27
<詩> 무교동武橋洞 ·15  (0) 2008.07.27
<詩> 무교동武橋洞 · 6  (0) 2008.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