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비타민 詩』2008

단칼을 기리며

洪 海 里 2008. 7. 31. 14:10
단칼을 기리며

 

 

洪 海 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돌아서지 마라
당장은 후련하겠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또 만나지 않겠느냐
해방은 없다 자유도 없다
목숨 있는 동안은 빗장을 걸지 마라
다 산 것처럼 하지 마라
내일도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
절정에서 눈부시던 것들
소멸의 순간은 더욱 곱고 아름다워야 한다
말도 글도 살아 있어 씨를 맺느니
함부로 말하지 마라 쓰지도 마라
당장 내뱉으면 시원하겠지만
배설의 쾌감으로 황홀하겠지만
나이 들면 경지에 이른다들 하는데
눈이 흐려지고 귀가 멀어지니
이건 무슨 조화인가
안 보고 안 들어도 보이고 들린다는 것인가
와락, 달려들어 안고 싶은 것
비단 너뿐이겠느냐마는
와락와락 솟구치는 급한 마음에
함부로 떠나보내는 나를 용서해 다오
詩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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