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핀 밤 / 이양덕
잉걸불 같은 노을이 사위어 가면 어둑어둑 땅거미가 들어서는 밤
별들이 초롱초롱한 두 눈을 말똥거리며 날이 새도록 감자밭에서 쑥덕거린다
그 얘기 들었는가, 송산양반네는 씨감자가 없다는구먼
워메, 끼니 잇기가 어려운 춘궁기에 씨감자까지 다 삶아 먹어버렸을까
에구, 애먼 다리를 긁고 그려 아마 병술래서 빌려 온 씨감자를 심었다지
내 심지 하늘에 닿지를 못하고 생의 탯줄이 감자밭에서 이어질 줄이야,
소문은 꼬리를 달고 싸리울을 타 넘는데 송산양반 잔기침소리는 허공을 맴돌고
복실이는 제 그림자 밟으며 낑낑거리는데 채마밭엔 감자꽃이 하나 둘 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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