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진 및 화보

<사진> 이양덕 시인과 함께

洪 海 里 2011. 5. 28. 03:58

 

감자꽃 핀 밤 / 이양덕

 

 

  잉걸불 같은 노을이 사위어 가면 어둑어둑 땅거미가 들어서는 밤

  별들이 초롱초롱한 두 눈을 말똥거리며 날이 새도록 감자밭에서 쑥덕거린다

  그 얘기 들었는가, 송산양반네는 씨감자가 없다는구먼

  워메, 끼니 잇기가 어려운 춘궁기에 씨감자까지 다 삶아 먹어버렸을까

  에구, 애먼 다리를 긁고 그려 아마 병술래서 빌려 온 씨감자를 심었다지

  내 심지 하늘에 닿지를 못하고 생의 탯줄이 감자밭에서 이어질 줄이야,

  소문은 꼬리를 달고 싸리울을 타 넘는데 송산양반 잔기침소리는 허공을 맴돌고 

  복실이는 제 그림자 밟으며 낑낑거리는데 채마밭엔 감자꽃이 하나 둘 피어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