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달을 품다

洪 海 里 2011. 7. 21. 03:10

 

달을 품다

 

洪 海 里

 

 

눈이 부셔 잠을 깨니

미끈유월 스무하루 새벽 한 시

눈이 아팠다

열려진 창문으로 달이 들어와

내 얼굴을 바짝 들여다보고 있었다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걸어온 것이었다

단잠에 든 내 눈을 깨우고

슬몃 눈웃음을 띄고 있다

내가 못 가니 네가 왔구나

그래 나는 무작정 달빛 속에 풍덩 빠져버렸다

하늘바다에 안긴 듯 황홀했다

향기로운 네 손에 이끌려

밤하늘 풀밭의 양 떼 모두 잠이 들고

별 몇 개만 보초인 듯 눈을 껌벅이고 있다

백중사리 지나 한가위 때나 너를 볼까 했다

노란 네 얼굴이 한층 명명청청明明淸淸해지면

그때 널 보고 싶었지만

짐짓 모른 체 할 수 없어 너를 안으니

어디선가 질척질척 고양이 우는 소리 들렸다

 

천강 만산千江萬山을 품고 있는

저 환한 고요!

 

 

- 시집『독종』(2012, 북인)

                          - 월간《우리詩》(2012.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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