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꽃 / 洪 海 里
마디마디
정을 끊고
내팽개쳐도,
금방
새살림 차리는
저 독한 계집.
이제는
쳐다보지도,
말도 않는다고
말똥말똥 젖은 눈
하늘 홀리는
저 미친 계집.
-『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달개비꽃 피다 / 洪 海 里
언제 쪽물을 다 뽑아다 꽃을 피웠느냐
여리디여린 물 같은 계집아
네 머리에는 하늘이 내려와
나비날개를 펼쳐 놓았다
모진 세월 멀리 돌아온 사내
허공 한 번 쳐다보고 너 한 번 바라본다
대낮에도 감추지 않고 당당히 드러낸
은밀한 네 쪽문이 환히 열려 있다
한여름 땡볕에 발가벗겨 내던져도
끄떡도 하지 않는 질긴 계집, 너
저를 뭘로 보느냐고 물었지
물로 본다고 대답은 했지만
발딱발딱 일어서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네 앞에 무릎 꿇어 삼배三拜를 올리고 싶은
해 지고 나서 설핏한 시간
물가 정자에서 시를 읊던 적선謫仙이
나비날개로 부채질을 하다
낮에 마신 술이 좀 과했는지
계집의 쪽치마를 끌어다 입술을 닦고 있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 달개비꽃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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