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달개비꽃

洪 海 里 2011. 9. 4. 05:04

 

 

달개비꽃 / 洪 海 里


마디마디
정을 끊고
내팽개쳐도,

금방
새살림 차리는
저 독한 계집.

이제는
쳐다보지도,
말도 않는다고

말똥말똥 젖은 눈
하늘 홀리는
저 미친 계집. 

                  -『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달개비꽃 피다 / 洪 海 里

 

언제 쪽물을 다 뽑아다 꽃을 피웠느냐

여리디여린 물 같은 계집아

네 머리에는 하늘이 내려와

나비날개를 펼쳐 놓았다

모진 세월 멀리 돌아온 사내

허공 한 번 쳐다보고 너 한 번 바라본다

대낮에도 감추지 않고 당당히 드러낸

은밀한 네 쪽문이 환히 열려 있다 

한여름 땡볕에 발가벗겨 내던져도

끄떡도 하지 않는 질긴 계집, 너

저를 뭘로 보느냐고 물었지

물로 본다고 대답은 했지만

발딱발딱 일어서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네 앞에 무릎 꿇어 삼배三拜를 올리고 싶은

해 지고 나서 설핏한 시간

물가 정자에서 시를 읊던 적선謫仙

나비날개로 부채질을 하다

낮에 마신 술이 좀 과했는지

계집의 쪽치마를 끌어다 입술을 닦고 있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 달개비꽃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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