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2014. 11. 13.(목)
<시를 읽는 아침>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 박정옥 시인 |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져서 반에 반도 못보고 반에 반도 들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잎이 무성한 계절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은 모든 걸
떨구고 난 뒤에야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둥글게 보이던 나무가 예리하게 존재를 드러내고 갖가지 형색으로 눈길을 끌던 풀꽃들이
누렇게 마를 때야 동색의 집단이었단 것도 알게 됩니다.
버리고 채우기를 반복하면서 자연은 순환을 하지만 사람은 평생을 채우려고
하면서 살아갑니다. 가볍게 떠나야할 때가 왔는데도 놓지 못하고 억지 연명을 합니다. 자연의 일부라는 걸 망각한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 박정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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