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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 사색

洪 海 里 2019. 11. 23. 05:58


산책


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 시집『독종』(2012, 북인) 




                 산책과 사색

양재천에 있는 칸트의 산책길입니다.

낙엽이 쌓여 뒹구는 늦가을, 칸트의 옆자리에 앉아 사색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 너, 우리를 돌아보며 희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동아일보 2019. 11. 23.)

산책 · 2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

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

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

줄 줄만 아는 산 책에 줄을 대고

한없이 풀어 주는 고요를 돌아보라

줄글도 좋고 귀글이면 또 어떤가

싸목싸목 내리는 안개, 그리고 는개

온몸이 촉촉이 젖어 천천히 걸어가면

산 책 속에 나 묻히리니,


입으로 듣고 귀로 말하라

인생은 짧고 산책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