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진 및 화보

물맑 2020. 12. 04.

洪 海 里 2020. 12. 4. 16:05

물맑 2020. 12. 04. / 우이동 '물맑'

 

 

* 왼쪽부터 임보, 홍해리, 이생진 시인 / 전선용 시인 촬영

 

파자破字놀이

 

洪 海 里

 

 

어느 해 가을날이었것다

시인 셋이서 우이동 '물맑'에 모여 장어를 굽는디

술 몇 잔에 불콰해진 산천에 취해

파자놀이를 하는디 이렇게 노는 것이었다

 

장어 '만'자를 놓고 노는디,

 

한 시인은 "이 고기[魚]는 하루[日]에 네[四] 번을 먹고

또[又] 먹어 힘이 좋기 그만이라!" 하고,

 

마주앉은 시인은 "이 물고기는 맛이 좋아

하루에 네 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으니라!" 하니,

 

그 옆에 앉은 시인은 "이 고기를 먹으면

하루에 네 번을 하고도 또 하고 싶다더라!" 하며,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면서 노는디,

 

장어의 힘이 그만이라고 자랑하고,

그 맛을 추켜세우기도 하고,

또 그 효능이 최고라고들 떠들어 대는구나,

 

가만히 보니 고기는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데

누가 떼어 먹었는지 머리는 보이지 않고

보잘것없는 꼬리만 눈에 띈다

 

이때여 주인장이 나서면서,

 

'장어는 꼬리가 그 힘이 절륜하다'며 하나씩 건네는디

특미라는 꼬리를 보고 꼬리 사릴 일 있것는가!

 

"이제 비얌인지 비아그란지 모를 장어 꼬리까지 먹었으니

오늘은 날이 새고 밤이 새것구나, 얼씨구, 지화자!"

하며 노랫가락을 한 자락씩 뽑아내니,

 

맑은 물소리로 흘러가던 우이천이 한마디 거드는디,

 

'이 물고기는 물인 내가 키우니 주인은 나니라' 하는 소리에

백운 인수 만경의 삼각산이 발을 담그고 있다 껄껄 웃으며

'우이천의 어미는 바로 나로다' 하니,

 

세 시인은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며 귀를 터는구나!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다!"

"아무렴 그렇지, 좋구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