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8

단순한 기쁨 / 일역 : 고정애 시인

단순한 기쁨 홍 해 리 ​나이 들수록,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희미해져도, ​보이는 것이 더 많고 들리는 것이 더 많네 ​둔해지는 몸으로 느끼는 것이 더 많은, ​이 투명한 세상! ​살아 있다는 이 단순한 기쁨.​​單純な喜び 洪海里ホンヘリ 年取るほどに、 ​目がかすみ 耳 遠くなっても、 ​見えるのがより多く 聞こえるの もっと多い ​鈍る体に 感じるのがもっと多い ​この 透明な世! ​生きているという この 單純な 喜び. [출처] 홍해리 시인日譯詩 /「단순한 기쁨」|작성자 청라언덕(고정애 시인)

카테고리 없음 2025.05.24

인생 / 전선용(시인)

인생洪 海 里 혼자,살다 보니그냥,살아지네.그래,살다 보니홀로,사라지네! * 홍해리 시인께서는 부인의 치매와 관련하여 약 420여편의 詩를 남기셨다. 말이 십 년의 세월이지 오랜동안 부인 곁에서 고통을 감래하는 일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가 10년새 4배가 증가했고 6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부인을 보낼 때까지 자택에서 간호하면서 겪은 일상을 시로 엮었는데 어떤 몰지각한 사람은 부인을 글로 팔아 먹는다며 얼토당토 않은 시비 거는 일도 있었다. 이는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참으로 비정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홍해리 시인께서는 치매행을 비롯하여 4권의 치매 시를 썼고 이를 다시 정리해, 치매 시선집을..

술 노래 / 술 나라

술 노래洪海里 가장 아름다운 물이 되기 위하여아니, 가장 황홀한 불이 되기 위하여눈 감고삼 년귀 막고삼 년입 닫고삼 년그보다 먼먼 역사를아리랑 아리랑 소리없이 울었다.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몸을 바꾸고아무런 몸짓도 없이모든 번뇌 비인 하늘에 띄우고어둠의 옷을 입고땅 속에 누워그리움으로사랑으로투정으로절망과 슬픔과 고독을 삭이면----,한 알 사리이듯땅 내음 가슴에 품고바람도 별빛도 모아 담아살과 뼈를 다 삭혀 낸 후더운 숨을 흘려 버리고 나면빨간 참숯의 혓바닥이 되어가장 향그러운 물영롱한 호박빛 투명이 고인다.어느날까맣게 잊고 있던 불씨 하나가몸에서 타오르는 날그대의 눈물보다풀잎의 이슬보다 순수한 문법으로목숨의 꽃 같은 저녁놀 아래스스로 우는 가락의 혼불로 타리라그대 가슴에 요요히 흐르리라.(1994) ..

시비詩碑 / 오형근(시인)

시비詩碑洪 海 里 저 크고 무거운 걸어찌 지고 가려고 가벼운 시 한 편그게 뭐라고 거대한 돌에 새겨세워 놓았나 "늬가 시를 알아?" 하고큰소리 칠 시인이 없네.- 월간 《우리詩》 2025. 1월호. * '시詩'라 하면 시요, '시인詩人'이라 하면 모두 시인인 세상인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세상에 시 아닌 글이 어디 있고, 시인 아닌 사람 어디 있겠는가? 얼굴로 시를 쓰는 사람도 있고 이름으로 시를 쓰는 이도 있다. 그러니 시도 많고 시인도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시비가 즐비하니 서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욕을 하게 된다. 너도 나도 시인이요, 너도 나도 시비를 세우는 세상이 되어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 隱山. * 다른 시인은 몰라도,홍해리 시인은 ..

해마다 이맘때면

해마다 이맘때면洪 海 里 비 갠오월 초순집 뒤 참나무 숲에서꾀꼬리 울면송홧가루 가루가루 날리고, 때 맞춰운수재韻壽齋 마당 가득백모란이 벙글어막걸리 몇 통 메고모여드는 소인묵객騷人墨客들, 모란과 마주앉아 잔을 비우면너나 없이 노랗게 눈이 감겼지해마다 이맘때면. * 운수재 : 임보 시인의 집. * 우이동 뒷산 참나무 숲에 꾀꼬리가 왔다. 어제(5/3) 아침 나절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사를 하더니 오늘도 청아한 소리를 들려 주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임보 시인댁 마당에 백모란이 하얗게 치마를 펼친다. 안주인께서 내오는 안주로 우리는 모란 주변에 앉아 막걸리를 비우곤 했는데 올해는 사정상 연례 행사를 하지 못했다. * 사람에게 품과 격(人品/格)이 있듯 시에도 품과 격(詩品/格)이 있어야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