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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가는 길

洪 海 里 2021. 9. 5. 10:00

 

파리로 가는 길

 

감독: 엘레로어 코폴라

출연: 다이안 레인(앤 역)/ 알렉 볼드원(마이클 역)/ 아르노 비야르(자크 역 )

개봉: 2017. 8.

 

 

                                                                

일정에 없는 여정에 젖는다는 것은 설렘과 긴장감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직접 가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 만족의 즉흥적이고 낭만 가득한 프렌치 로드 트립이다.

영화 제작자인 남편 마이클과 프랑스 칸에 온 앤은 컨디션 저조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일정을 접고 남편만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마이클 사업 파트너인 프랑스 남자 자크는 미국 여자 앤을 칸에서 파리까지 픽업해 주기로 한다.

"파리는 오늘 갈 수 있나요?"

"걱정 말아요. 파리는 어디 안 가거든요."

칸에서 파리까지 7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대책 없는 1박2일의 일정 속에서 겪는 여정의 향기가 영화 내내 퍼진다.

영화의 끝머리에서 나는 왜 알퐁스 도데의 별이 떠올랐을까?

한 번쯤 일탈을 꿈꾸는 중년의 삶 속에서 낯선 남자와의 1박2일은 원칙주의 앤에게 다소 부담스런 일정이었으나, 그윽이 묻어나는 여유로움과 인생의 성숙함이 우정 같은 순수한 사랑의 여정 속에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낭만주의 자크의 행동에 당황한 부분도 있지만, 장미를 좋아하는 앤을 위해 장미농원의 친구에게서 자동차 뒷좌석을 장미 정원으로 만들어 오는 센스는 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프랑스의 푸른 하늘과 정취에 서서히 동화되는 앤의 여정은 그의 미소 만큼 맑게 갠 날이다.

라벤더 향 퍼지는 엑상프로방스 남부의 풍경과 가르 수도교, 근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이 그린 생 빅투아르 산이 보이는 도로, 바야르 강가의 피크닉, 오리지널 푸렌치 푸드, 다양한 종류의 치즈, 와인, 리옹의 대표 관광지 폴 보퀴즈 시장, 성모 마리아가 잠들어 있다는 베즐레이 성당, 뤼미에르 박물관, 직물 박물관, 등이 앤의 사진기 속에 차곡차곡 저장된다. 

파리에 도착한 아파트의 밤, 헤어져야 하는 그 당연한 이유로 초심을 잃지 않는 어쩌면 자유로운 영혼으로 건너온 이틀간의 시간이 평생에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앤과 자크와 관람자 마음에 기억되리라 믿는다.

                                                                                         2021/소순희

 

 

                                      * 마네의 '풀밭 위에 점심식사'를 표현한 것

 

                                           * 폴 세잔의 '생 빅투아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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