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사진·캐리커쳐

가을 들녘에 서서 / 부채詩 : 윤정구(시인)

洪 海 里 2022. 11. 11. 05:58

 

노을빛 감성 황홀한, 순수의 대명사

홍해리 시인은 임보 시인과 더불어 우이시(牛耳詩)의 설립자요, 실질적인 운영자이다. 임보를 일러 ‘구름 위에 앉아 마술부채로 시를 빚는 시도사(詩道士)’라 부르고, 홍해리는 ‘애란가(愛蘭歌)를 부르며 불도저를 모는 난정법사(蘭丁法士)’라 한 어느 시인의 싯구와 ‘성미가 곧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초심을 지켜’ 간다는 주위의 말대로 어지러운 시대에도 홍해리 시인은 우이동을 청정지대로 지켜가고 있다.

평생 지우(知友)였던 이무원 시인은 홍해리 시인을 ‘그는 풀로 말하면 난이요, 나무로 말하면 매화다. …두루 뭉슬 굴러가야 편한 세상에 그는 낙낙장송이듯 초연하다’고 말하였다.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서 무엇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볼 일/ 산속에 숨어 사는 곧은 선비야’(「시인이여, 시인이여」)라고 읊었던 시인은 세속화되어가는 우이동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시인은 감투도 명예도 아니다. 오로지 올곧은 선비의 양심과 정신이 필요할 따름이다.”

「봄, 벼락 치다」 「애란愛蘭」 「숫돌은 자신을 버려 칼을 벼린다」 「조팝꽃」 「은자의 북」 등 수 많은 시편들을 두고, 가장 홍해리 시인의 기쁨과 쓸쓸함과 텅 빈 순수가 잘 드러난 시는 「가을 들녘에서」가 아닐까 싶다.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 홍해리 「가을 들녘에서」 전문

 

우이시는 매달 우이도서관에 모여 시낭송을 하고, 봄가을로 시화제와 단풍시제를 지낸다. 임보, 홍해리 외에도 이생진, 박희진. 고창수, 채희문 등 쟁쟁한 시인들이 함께하며, 따뜻한 우정을 키워온 독특한 시공동체였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복사하고 나누어 읽던 ‘순수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분들의 희생 위에서 누렸던 것임을 기억하고 싶다. 우이시의 무궁한 발전을 빈다.

 

글 / 윤정구 부채글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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